일품스시 @스시도쿠

이번에 심이누나와 점심을 먹으러 들른 곳은 스시도쿠라는 초밥집이었다. 왕십리역 7번출구 근처에 맛집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것같은 곳에 위치해 있다. 심이누나는 여기를 어떻게 찾아낸 걸까? 꽤 명성이 있는 지 약 20여분간 대기를 한 끝에 간신히 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초밥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난 이왕이면 초밥보다는 회만 먹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초밥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좀 퀄리티 있는 초밥집에 가도 차이점을 잘 모른다. 심지어 마트초밥이랑 뭐가 다른지 조차 모른다. 그런데, 스시도쿠의 초밥은 확실히 달랐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일품스시였다. 내가 사니 고르고 싶은 거 고르라고 했더니 심이누나가 고른 것이다. (그런데, 결국 누나가 사버렸다. 이렇게 염치 없을 수가...) 다른 메뉴보다 좀 더 비싼 재료를 쓰지 않았을까 싶다. 스시도쿠의 초밥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낀 이유는 초밥 메뉴의 종류를 논하기 이전에 우선 밥 위에 올려진 회의 크기가 정말 크다. 밥 조금 회 많이! 초밥집에 가서 늘 갈망하던 것 아닌가!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와사비의 퀄리티 또한 일품이다. 저렴한 초밥집에 가면 무를 갈아서 섞어 만든 와사비를 주곤 하는데, 여기 와사비는 정말 제대로다. 대신 엄청 맵다. 이걸 모르고 원래 와사비를 얹어서 먹다가 눈물 꽤나 흘렸다. 회와 밥 사이에 원래 있는 와사비가 황금비율로 잘 세팅되어 있으니, 아무리 와사비를 좋아해도 그대로 먹어본 후에 추가할 지 결정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간장을 회에 칠해서 먹을 수 있게 플라스틱 솔을 제공해주는 센스도 칭찬해주고 싶다. 초밥을 먹는 정석을 굳이 언급하자면, 간장이 생선부분에만 닿고 밥에는 닿지 않도록 젓가락으로 초밥을 집어 90도각도로 꺾어 생선에만 간장을 묻혀야 한다. 그런데, 이게 그리 쉽지 않다. 밥덩어리가 간장에 풍덩 빠질 때도 있고, 밥에 간장이 스며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선 위에 발라 먹게 해주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요즘 퇴근이 늦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만 먹는 통에 맛집 탐방 기회가 별로 없는데, 오랜만에 괜찮은 맛집을 들려서 만족스러운 점심을 보냈다. 초밥의 질도 훌륭했고, 12피스밖에 안되는데도 양 또한 충분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