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엘리에저 스턴버그

인간은 흔히 오감이라고 불리우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고, 특히 시각에 많이 의존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과연 이 오감이 동작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것일까? 반대로 이 오감이 주는 정보를 두뇌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일까?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는 두뇌의 손상을 입게 된 사람들 또는 선천적으로 오감으로부터의 정보를 좀 특이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꽤 여러 질환을 가진 사례가 등장한다. 그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몇 가지를 기록해 보고자 한다. 책에서는 뇌의 어떤 부위를 다치면 어떤 현상이 나온다는 상세한 설명이 있지만, 처음부터 그 정도까지 자세하게 알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고, 억지로 한글화 시켜 놓은 두뇌의 세부 명칭들이 노력을 하지 않으면 습득할 수 없을 만큼 난해하기 때문에 증상 위주로 언급을 할 예정이다. 왜 의학도들이 의학서적의 번역본을 읽지 않는 지 이해가 간다.

우선 꿈에 대한 두 가지 증상이 나온다. 자각몽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자각몽이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상태에서 꾸는 꿈을 말한다.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의아함이 들긴 하지만, 실제로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이런 사람들은 마치 VR 체험장을 무료로 이용하듯 꿈을 즐기다 깨어 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각몽은 훈련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는 스킬(?)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습득하는 것인가! 습득하고 싶다.

반면에 몽유병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놀랍다. 몽유병 환자는 과연 수면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면서 걷는 행동은 꽤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운전도 가능하다고 한다. 인간의 많은 활동은 트레이닝된 상태면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것이다. 아는 길을 운전할 때는 별 생각없이도 몸이 저절로 신호에 반응하여 무의식이 운전을 전담하기 때문이다. 물론, 걷는 것도 마찬가지다. 걷는 동작 한 걸음 한 걸음을 의식하여 걷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무의식과 의식을 잇는 훈련이 있다고 한다. 심상훈련이라고 한다. 스포츠 선수들은 이러한 훈련을 통해서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 갔다. 이것이 맞다면 금융상품 트레이딩 시에 접목하면 뭔가 효과가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심상훈련이라는 것을 좀 더 조사해보려고 한다.

수면마비에 대한 사례도 흥미로웠다. 종종 현대판 전설의 고향같은 느낌의 글이나 TV프로들에서는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고문을 당하고 돌아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데, 누군가 이런 주장을 한다면 그 사람은 수면마비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가위눌림이다. 이 현상은 잠을 깨는 과정에서 근육 신경을 관할하는 두뇌 부분만 깨어 나지 않아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전세계 인구의 8% 정도가 이러한 경험을 한다고 한다. 나 또한 종종 경험했었고 그 때마다 느껴지는 불쾌한 감정은 꽤 오래 기억된다.

조현병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아마도 영화에서 꽤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여 희귀성에 비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병이다. 다중인격장애라고도 불리우는 이 조현병은 이미 영화나 소설을 통해 알고 있듯 어렷을 적 학대를 당하면 두뇌는 자의식 보호를 위해 제3의 인격을 탄생시킨다.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에서는 조현병을 비발화성 언어에 초점을 두고 분석을 한다. 비발화성 언어란 말 그대로 성대를 통해서 발성되지 않고 그냥 속으로 말하는 것을 의미하다. 조현병 환자들은 이런 비발화성 언어를 마치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말한다고 여기게 되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마치 자신이 아닌 제3자의 목소리로 인식한다고 한다. 물론, 그 제 3자는 자신의 다른 인격이다. 나도 발성하는 목소리와 녹음된 목소리가 꽤 다르게 느껴지던데, 혹시...?

저자인 엘리에저 스턴버그가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두뇌의 리프로세싱이다. 우리의 오감은 종종 너무나 많은 정보를 두뇌에 전달하고 때로는 너무나 부족한 정보만 전달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두뇌는 정보를 취사선택하거나 부족했을 시 상상력을 발휘하여 부족한 정보 사이에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보정한다. 농구 경기 장면 중 지나가던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는 실험같은 것은 모두 이런 두뇌의 취사선택에 대한 실험이고, 선천적인 시각 장애자가 일반인과 같이 꿈을 꾸는 것은 두뇌의 상상력 덕분이다.

책을 읽고 나니 과연 내가 느끼는 이 세상이 정말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을까라는 의심이 든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두뇌의 상상력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