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경제』 마크 뷰캐넌

『내일의 경제』는 물리학자가 복잡계 이론의 관점에서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이 왜 일어 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내 마음대로 저자인 마크 뷰캐넌이 『내일의 경제』를 통해 주장하려는 바를 요약하자면, 각종 파생상품의 탄생으로 인하여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시장의 거래가 활발해졌으며, 투자자/트레이더 개별 주체들은 이러한 파생상품을 이용하여 리스크 회피나 무위험 이익 측면에서 혜택을 받은 반면, 개개인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거시적으로는 시장 전체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어 갔다는 것이다.

왜 개개인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노력을 하는데 전체 시장이 불안정해지는가? 저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을 지목하고 있는데, 하나는 금융 시장의 긴밀한 연결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양의 되먹임(또는 양의 피드백)이다. 긴밀한 연결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같고 양의 되먹임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면 이렇다.

시장의 비효율적인 면을 찾아 내는 것이 차익거래의 핵심이자 (이론상의) 무위험 거래를 위한 첫번째 단계이다. 개개인들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점점 시장은 효율적으로 변해 간다. 그런데, 시장의 효율성이 올라갈 수록 차익거래의 기회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점점 더 그들의 전략이 비슷해져 간다. 이렇게 쏠림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언제 양의 되먹임 현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이 쏠림 현상의 단적인 예가 바로 플래시 크래시. 촌각을 다투는 차익 거래를 위해서는 컴퓨터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알고리즘에 의존한 트레이딩은 갑자기 쏠림이 일어났을 때 한쪽 방향으로 짧은 샀다-팔았다를 지속하며 시장을 급격히 무너뜨린다.

리스크를 회피하고 차익 거래 위주의 수익을 추구하는 개개인의 행위가 시장 전체의 불안정성을 높인다는 저자의 주장은 저축의 역설을 연상케 했다. 다만, 난 쏠림현상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짧은 기간의 불안정성으로 잃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유지되는 안정성으로 얻게 되는 효용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평소에 차익거래로 이득을 얻어 가는 트레이더가 있다면, 그로 인해 야금야금 손해를 누적시키는 방향성 지향적인 트레이더가 있게 마련이고, 반대로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야금야근 손해를 누적시키던 방향성 지향적인 트레이더가 그 동안의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공정한 게임이 아닐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