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영향력』 마이클 본드

『타인의 영향력』이라는 제목만 보아도 저자인 마이클 본드가 어떤 주장을 할 지 알 수 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여러 가지 실험과 논문을 통해 정말 그러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책이다.

책의 초반부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보톡스 시술의 부작용이었다. 보톡스 시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기 전에 흔히 거울 효과라는 것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책에서는 카멜레온 효과라는 표현도 썼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인간은 상대방과의 대화 중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표정이나 제스쳐 등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거울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효과는 상대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오랫동안 살아온 부부끼리 닮는다라던가, 심지어 키우던 애완동물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또한 거울 효과의 힘이다.

반면, 보톡스 시술로 주름을 편 사람들은 얼굴의 근육들이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표정이 최소화될 수 밖에 없고, 거울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호감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톡스를 맞았다면 제스처라도 크게 해야 호감도가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보톡스 대신 필러가 대세인 것인가!

보톡스 시술을 받지 않아도 호감도를 올릴 기회를 스스로 박차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내성적인 사람들이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보다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는데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에 빠진 이들도 마찬가지다.

얼어붙는 경향에 대한 이론도 흥미로웠다. 흔히 극장에서 불이 나면 불 때문에 죽는 경우도 있지만, 출구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압사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재난을 경험했을 때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얼어 붙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지난 9/11 테러 당시 트레이드센터에 있던 사람들은 이러한 경향 때문에 꽤나 늦게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 많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모여 있는 사람의 수가 많을 수록 합의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진다고 한다. 과연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도 이러한 경향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에서도 조사해 보면 좀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선동 또는 세뇌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저서 『프로파간다』 에서는 주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어떻게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각인시키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 『타인의 영향력』에서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선량한 시민들을 어떻게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하는 테러리스트로 키워내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좀 더 세뇌에 취약하다. 한 번 세뇌되면 오랫동안 헌신하며 협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성에 비해 친목적인 성향으로 인해서 한 명을 세뇌시키면 친구들이나 친척들까지 자연스럽게 함께 포섭된다. 반면 남성에게는 영웅심리를 건드린다. 남자들에게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강하며 이러한 욕망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좋은 공략 포인트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내용은 죽음과 동질성이라는 인과 관계이다. 평소에는 평화를 사랑하고 인종 차별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일 지라도 생명이 위태로운 수준의 위기 상황에서는 자신과 좀 더 동질성이 있는 사람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향은 곧 민족주의적이면서 인종차별적 행위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이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미국의 공화당이나 국내 보수 정당들이 선거철만 되면 국가 외부에 적을 만들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정치공학적으로 상당히 합리적인 전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난 위에서 언급되기도 한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부류로서,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지 보다는 내면의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하곤 한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그럼에도 스며들듯 타인의 영향력이 나를 변화시키곤 했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하물며 나와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 지... 『타인의 영향력』을 읽고 나니 나와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좀 수월해질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by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