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수첩』 정호정
몇 달 전부터 치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주말에 즐기는 맥주 안주로 까망베르 치즈를 애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브리 치즈와 고다 치즈를 경험한 바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치즈는 없을까 궁금하던 차에 치즈에 관련한 책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치즈수첩』이라는 책이다.

『치즈수첩』은 치즈에 대한 가이드북과 같은 느낌이 든다. 크게 어떤 종류의 치즈가 있는 지 알려 주고, 각 치즈마다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짧막한 테이스트 노트를 적어 놓은 형식이다. 그래서, 치즈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 치즈 세계를 빠르게 파악하기 좋다.
치즈의 종류가 무궁구진 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펼쳐 놓으니 새삼 놀랍다. 저자는 치즈를 크게 프레쉬 치즈, 소프트 치즈, 하드 치즈, 스페셜 치즈, 가공 치즈로 나누고, 소프트 치즈는 연질 치즈와 껍질을 닦아낸 연질 치즈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하드 치즈는 비가열 압착 치즈와 가열 압착 치즈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프레쉬 치즈는 유통 기한도 짧고 샐러드에 넣어서 먹기에 좋은 치즈이며 내가 좋아 하는 리코타 치즈도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된 사실 중 하나가 의외로 모짜렐라 치즈도 프레쉬 치즈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모짜렐라 치즈는 수분을 한껏 머금고 있는 공모양의 치즈인데, 이것을 요리에 사용하기 쉽도록 건조시킨 것을 모짜렐리 치즈의 원형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연질 치즈로는 치즈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는 브리치즈와 내가 맥주 안주로 애용하고 있는 까망베르 치즈 등이 있다. 이 두 가지가 무난한 치즈에 속하고 좀 더 매니악한 치즈로는 샤우르스와 쿨로미에가 있다. 나중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굳이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같은 이유로 껍질을 닦아낸 연질 치즈 또한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고려해볼 예정이다. 그나마 탈레지오 치즈Taleggio Cheese의 맛이 궁금하긴 하다. 식빵 맛과 고기 맛이 난다고 씌여져 있기 때문이다.
비가열 압착 치즈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역시 체다 치즈일 것이다. 책에서는 체더 치즈Cheddar Cheese로 독음해 놓았다. 얼마 전에 맛보았던 고다 치즈 역시 비가열 압착 치즈에 속한다. 맛보지 않은 것 중 아지아고 치즈Asiago Cheese가 소개되어 있는데, 아그리폼 아시아고 프레스코라는 상품의 테이스트 노트에 우유향 요구르트 향과 함께 짠맛과 연유의 향이 느껴진다고 씌여 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맛 볼 예정이다. 이외의 비가열/가열 압착 치즈는 주로 강판에 갈아서 요리할 때 사용하는 용도로 씌인다고 씌여 있어 간단하게 맥주 안주로 사용하려는 내 사용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아서 관심있게 보지 않았다.
스페셜 치즈에는 주로 블루 치즈나 고르곤졸라 등이 등장한다. 고르곤졸라 치즈는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으면서 충분히 어떤 맛인지 인지하고 있고, 소개된 치즈 중에는 제라드 셀렉숑 브루 두 라는 치즈가 눈에 띄었다. 약간의 톡 쏘는 맛과 고소한 맛, 그리고 까망베르 치즈가 심심하다고 느껴질 때 도전해 보라고 나와 있어 "언젠가 도전해볼 치즈"로 찜해 두었다.
치즈를 분류하는 기준이나 치즈를 만드는 과정 등은 굳이 내가 궁금하지 않았지만 치즈 자르는 법에 대한 내용은 흥미로웠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소프트 치즈이면서 원통형인 치즈를 그럭저럭 정석에 맞게 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딱히 다르게 자르기도 힘들겠지만 피자 조각 나누듯이 공평하게 나누면 된다. 그리고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치즈는 대각선으로 자르고 다시 그것을 원통형 치즈 자르듯이 공평하게 자르면 된다. 즉, 껍질과 페이스트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자르는 것이 정석이다. 하드 치즈는 좀 다르다. 대체로 하드 치즈의 껍질은 먹지 않기 때문이다. 치즈를 자를 때는 구멍이 뚫린 치즈용 칼이 좋다고 하는데 이것을 구입할까 고민 중이다.
치즈를 즐기고 있으면서도 배경 지식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치즈수첩』을 읽고 나서 조금이나마 그 갈증이 해소되었다. 제목 그대로 수첩만한 책인데 초보인지라 지식이 급격히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