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로라 로우

단지 『맛』이라는 짧은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정말 여러 가지 식재료를 화려한 일러스트와 함께 제공하는 인포그래픽 책이다. 원제도 『Taste』이며 The Infographic Book of Food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래서 책이 매우 두껍고 꽤 다양한 음식 재료들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방대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읽는데 그리 부담이 없다.

다양한 식재료가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달달한 두 가지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다. 한 가지는 꿀벌에 대한 이야기다. 꿀벌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2배에서 3배 정도 많은 양의 꿀을 생산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꿀만 슬쩍 빼앗아 가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덜게 된다. 벌들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 주고 그 대신 그들의 양분을 좀(?) 가져 간다고 하니 그럴 듯한 변명이다.

그리고, 흑설탕에 대한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백설탕을 굽거나 해서 흑설탕을 만드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가 일러스트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정제를 최소한만 한 것은 검은 당밀이며 여기서 좀 더 정제를 하는 순서대로 흑설탕, 데메리라 슈가, 황설탕, 골든 시럽, 골든 슈가, 백설탕을 나열하고 있다. 즉, 백설탕은 거의 끝까지 정제한 당 덩어리인 셈이다. 어쩐지 같은 양을 넣어도 백설탕을 넣은 것이 더 달더라니... 하지만, 풍미는 정제를 덜 할수록 진하다고 한다. 백설탕이 아닌 설탕에서도 풍미를 느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음식 재료를 화려하고 깔끔한 일러스트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알고 있는 식재료는 일러스트를 보며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모르는 식재료는 일러스트를 봐도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