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십육계 제21권 『금선탈각』 요청수

한동안 놓고 있었던 소설 삼십육계 시리즈를 다시 펼쳐 보았다. 이번에 읽을 전략은 21번째 계인 금선탈각으로 매미가 허물을 벗듯 감쪽같이 몸을 빼 위기를 넘기는 전략을 말한다. 사자성어 자체도 잘 와닿고 인생에서도 금선탈각의 계를 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 삼십육계에서는 금선탈각의 계를 설명하기 위해 명나라 영종 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종은 어린 시절에 제위에 오른 탓인지 환관인 왕진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며 국력을 쇠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당시 명의 국경을 위협하던 몽골계 오라이트 족을 치기 위하여 무리한 원정을 감행하다가 오히려 포로로 잡혀서 나라 망신을 제대로 시킨다.

오라이트 족은 포로가 된 명의 황제를 앞세워 명 조정에게 계속 금은보화를 뜯어 내고 이를 보다 못한 명의 우겸이라는 자가 금선탈각의 계를 사용하게 된다. 동생인 주기옥을 새로운 황제로 옹립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포로로 잡혀 있는 영종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태상황이 되어 버리게 되고, 데리고 다니기도 번거로워 오라이트 족은 영종을 다시 명에게 돌려 주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라도 지키고 태상황도 데려오는 훌륭한 전략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금선탈각의 계로 해결한 우겸 본인은 금선탈각의 계를 사용하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우겸은 주기옥을 황제로 옹립하는데 일등공신인 셈이라 황제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게 되고 자신의 정치를 펼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주기옥이 태상황으로 돌아온 영종을 견제하는데 신경을 써서인지 점점 폭군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지병을 핑계로 드러 누워 사직을 청했으나, 다른 일은 개판으로 처리하던 주기옥이 우겸의 충정만은 진실되게 받아 들여 손수 약초를 찾아다 주는 등의 열성을 다하니 우겸은 감격하여 복귀하게 되고, 하필 그 후에 태상황이던 영종이 황제의 자리를 되찾음과 동시 우겸은 배신자의 낙인이 찍히게 되어 인생의 마지막을 거칠게 끝내고 만다.

누구나 적절한 시기에 들어 와서 적절한 시기가 끝나가기 직전에 빠져나가길 원하지만, 금선탈각의 계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세상사는 너무나 복잡하여 어디에서 어느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측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