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십육계 제23권 『원교근공』 진무송

원교근공은 멀리 위치한 나라와는 화친하고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라를 공격한다는 뜻으로, 아마도 삼심육계의 36가지 전략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전략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상식적으로 멀리 있는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멀리 군사를 보내야 하니 보급로 유지에 꽤 큰 비용이 들 것이고 가까운 나라로 부터의 빈집털이를 당할 가능성이 커지니 쉽지 않다. 반면 가까운 나라와는 분쟁이 생기기 쉬우니 화친하기가 좀 껄끄럽고, 공격이 좀 더 좋은 전략이다.

물론,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가까운 곳에 지나치게 강한 나라가 없어야 한다. 이럴 때는 굽신거려서라도 우선 화친을 하고 대등한 수준까지 국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반대로, 국력이 워낙에 압도적이라 먼 곳으로 원정을 나가도 별 무리가 없는 경우는 이런 전략을 펼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기동력을 앞세운 전성기의 몽골이나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항공모함을 전세계 각지에 파견할 수 있는 현재의 미국같은 케이스가 이에 해당된다.

소설 삼십육계에서는 전국시대에 위나라에서 모함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긴 범저가 진나라의 황제에게 원교근공의 계를 내세워 승상의 자리에 오르고 실제로 이런 큰 그림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위나라와 조나라를 격파해 나가면서 다른 나라들과는 전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통해 화친한다. 역사에 가정은 쓸모없지만, 만약 고향인 위나라에서 범저가 제대로 쓰임을 받았다면 전국시대를 통일하는 것이 진이 아니라 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