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넥스트 근무를 마치며

스텝넥스트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날이다. 약 6개월간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다른 직원들이 나를 외주 개발자라기 보다는 잠시 단기계약을 하고 차후에 같이 일할 사람으로 대해 주었기에 다른 직원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고, 사무실에 서식하고 있는 고양이들과도 정이 많이 들어 떠남에 있어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 프리랜서의 특성상 만나고 헤어짐이 빈번하지만, 헤어질 때의 감정은 그때그때 다른 것같다.

조 책임님의 제안으로 점심시간까지 출근한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구내식당이 아닌 곳에서 먹게 되었다. 이럴 때 주로 가는 그 스시집을 다시 가게 되었다. 조 책임님이 점심값을 누가 낼 거냐고 하길래 난 당연히 내가 내겠다고 했는데, 예지씨가 법인카드를 가져 왔다며 법인 카드로 결제를 해버렸고, 미안해진 난 차라도 내가 사겠다고 카페에 갔는데 어느새 박 책임님이 결제를 해버렸다. 아... 미안하다. 뭔가 빚을 진 기분이다.

지나온 6개월을 정리하자면, 개발자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심지어 나에게 성장할 여지가 이렇게나 컸었는지 놀랄 정도였다. 또한, 업무 중에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곳도 없었던 것같다. 투자/트레이딩이 곧 업무이니... 사무실에서 나눴던 대화의 주제는 절반이 투자였고 절반은 고양이었다.

교훈도 하나 얻었는데, 출퇴근 거리가 왕복 4시간에 육박하게 되면 삶이 상당히 피곤해 진다는 것이었다. 목요일 정도 되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신기한 것은 금요일은 또 괜찮아 진다. 주말뽕을 맞아서일 것이다. 6개월이 아마 이렇게 출퇴근할 수 있는 한계가 아닐까 한다.

개발자로서 판교에서 한 번 쯤은 일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일을 해보며 떠나게 된다. 안녕 판교, 안녕 이노벨리!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