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꼴라, 수확하다

작년 8월말에 모종을 사다 심었던 루꼴라를 무려 6개월 넘게 키웠고, 마침내 수확을 해버렸다. 내 손으로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수확량이 보잘것 없음에도 뿌듯하다.
역시나 가장 위기였던 순간은 가을에 있었던 진딧물들의 습격이었다. 루꼴라라는 식물이 원래 진딧물의 피해를 많이 입는 식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는 일부러 가을에 심었음에도 어린 잎들이 진딧물에게 유린당하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주방세제 신공을 이용하여 가까스로 퇴치하였고, 그 후 무럭무럭은 아니더라도 꾸역꾸역 광합성할 정도의 잎은 자라 주었다.

아무래도 아파트 1층의 베란다는 볕이 그리 잘 드는 환경은 아니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노지에서 키운 풍성한 루꼴라 사진과 비교하며 시무룩해졌던 날도 있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잘 살아 남은 녀석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박수 대신 잎을 가위로 댕강댕강 잘라서 샐러드에 넣어 먹었다. 특별히 맛있지는 않지만 나름 부드러워서 나쁘지 않았다. 매울까봐 걱정했는데 자극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