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 볼트를 스피커 스파이크로 사용하기

스피커를 전용 스탠드에 거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한 경우 스피커 하단에 스파이크를 부착하여 잡음이나 부밍을 잡는 것이 대안이다. 스피커 스파이크의 효용에 대해서 모든 오디오파일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쪽이 우세한 편이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따라해 보았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는 오래전에 출시되어 지금은 단종된 캔스톤사의 LX-6000 마테호른이다. 그리 고가의 스피커도 아니고 심지어 액티브 스피커지만, 6.5인치라는 육중한 우퍼를 달고 있어서 음질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꽤 만족스럽게 듣고 있는 편이다.

다만, 저음부의 부밍이 좀 큰 편이라 조금만 볼륨을 높이면 방 안에 너무 울리는 경향이 있고, 재즈 음악을 들을 때 자주 등장하는 콘트라베이스가 피치카토로 연주되면 그 소리가 특히 부밍이 되어 오히려 작은 스피커로 들을 때만도 못한 소리가 나는 점이 불만이라면 불만이었다. 평소에 에디 히긴스 트리오 앨범을 자주 듣곤 하는데, 이때마다 이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상당히 거슬렸다. 목표는 피치카토로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듣기 좋게 바꾸는 것으로 정했다.

스피커 스파이크는 어이없는 가격으로 팔리는 경향이 있어서 애초부터 구입 계획이 없었고, 오디오쟁이들이 대체제를 찾아 내었는데, 그것이 바로 다보 볼트이다. 그렇다. 안내판 같은 것을 고정할 때 네 꼭지점 근처에 달아 놓는 바로 그것들이다.

인터넷을 뒤져 적당해 보이는 것을 찾아 내었고, 주말을 맞이하여 작업을 해보았다. 내가 선택한 다보 볼트의 형태는 전면이 원뿔 모양이고 후면이 평면이지만 약간의 홈이 파여져 있는 종류였다. 원뿔이 좀 더 뾰족했으면 좋았을텐데 그 점이 다소 아쉽긴 하다.

원뿔 모양의 전면을 스피커에 부착하고 평평한 면에 홈이 파인 후면은 신발(?)로 쓰기로 했다. 접촉면이 좁을 수록 부밍이 완화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원뿔 모양의 전면부만 사용하는 것이 음질 측면에서는 더 좋겠으나 찍히는 자국이 남는 것이 좀 꺼림찍해서 신발을 신겨 보았다. 당연하지만 중간에 있는 나사 부분은 사용하지 않는다.

다보 볼트의 크기는 지름이 15mm 였고, 양면테이프를 15mm * 12.5mm로 자른 후에 스피커에 네 개씩 부착하였다. 15mm * 15mm로 하려고 하였으나, 3M 양면테이프 가로 길이가 10cm라 편의상 그냥 8등분하였더니 12.5mm가 된 것이다. 약간 걱정을 했지만, 3M 양면테이프의 접착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해서 큰 문제 없이 잘 붙어 주었다.

스피커에 다보 볼트를 부착한 모습은 꽤 만족스럽다. 음질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다리가 생기니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처음에는 너무 작은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도 했는데, 적어도 심미적으로는 작은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이제 음질을 비교해볼 차례다. 과연 다보 볼트가 전용 스파이크만큼의 역할을 해줄 것인가!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음악을 틀어 보았다.우선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If Dream Comes True" 앨범의 곡들을 들어 봤는데, 처음엔 바뀐 것이 없어 보였으나 좀 더 들어 보니 콘트라베이스 파트에서 부밍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로 인해서 저음부가 다소 건조하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음악들을 들어 볼 차례다. 콘트라베이스 부밍 잡는다고 다른 소리가 이상해 지면 안되기 때문이다. 우선 다양한 악기 소리를 들어 보기 위해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을 들어 보았다. 소리가 더 좋아졌다. 사실 부밍이 콘트라베이스 소리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저음에서는 모두 부밍이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해결되고 나니 부밍에 가려져 있었던 다른 소리들이 살아나 더 명쾌하고 맑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밖에 블랙핑크의 "Kill This Love" 등의 K-pop도 들어 보았고, 박정현의 "미아"도 들어 보았는데, 부밍이 줄어 드니 볼륨을 좀 더 높여 들을 수 있고, 볼륨을 높이니 잘 듣지 못하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특히, 드럼의 타격감이 확실히 살아남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 보컬의 목소리도 좀 더 맑게 들리는 듯했다.

이 작업을 위해 어느 정도의 수고로움을 감수했으니 효과가 좀 더 과장되게 느껴지는 편향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확실히 소리가 달라졌고 그 달라진 방향이 기대한 바와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만족스럽다. 큰 어려움도 없었는데 왜 게으름을 피웠는 지... 진작할 걸 그랬다. 곧, 이러한 변화도 당연하게 느껴질 시기가 오겠지만, 당분간은 향상된 소리를 즐기기 위하여 자주 음악을 들을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