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43UN700 사용기

한 때 23인치 FHD 모니터 세 대를 운용하고 있다가 한 대를 동생 주었고, 최근에는 한 대 마저 프로젝트 룸에서 사용해야 할 상황이라 FHD 한대로는 화면이 한참 부족하다는데까지 생각이 이르니, 결국 애써 봉인해 놓았던 대형 모니터에 대한 갈망이 구매로 이어졌다. 무려 43인치의 크기를 자랑하는 모니터를 구매한 것이다. 작년 여름부터 구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방 프로젝트에 조인할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구매 시기를 늦춘 것일 뿐 어차피 일어나게 될 지름이었다.

구매하게 된 제품은 LG전자의 43UN700으로,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이 약 43인치의 크기를 자랑한다. 이전 모델인 43UD79/43UD79T를 계승한 모델로 자잘한 버그 등을 개선한 제품이다. IPS의 안티글레어 처리된 4k 모니터라는 조건을 대입하면 현재 43UN700 이외의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소 비싼 가격에 구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7% 이상 할인하여 쌓아 두었던 컬쳐랜드 상품권을 스마일캐쉬로 바꿔서 구매했기 때문에 약간의 할인은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주문한 것은 지난 일요일이고 화요일에 도착하였으니 약 6일간 사용해본 셈이다. LG에서 직접 배송 및 설치를 해주는 모델이지만 내가 부재중이어서 배송만 받고 설치는 직접 하였다. 크기가 커서 다소간의 어려움은 있었으나 혼자서 설치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1200 by 600의 다소 좁은 책상에 커다란 모니터를 설치하고 보니 그 거대함에 압도되었다. 물론 몇 시간만에 완전히 적응해 버렸고, 이제는 이 거대한 화면이 매우 당연해 보인다.

기존과 같이 50cm~60cm 정도의 거리에서 보니 화면이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만, 처음부터 43인치 화면을 한 눈에 본다는 목적 보다는 FHD 화면 네 개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서 많은 시각 정보를 한 번에 보겠다는 목적으로 생각한 것이니 그리 문제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PPI를 감안하면 더 가까이 놓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려가 불식되다

설치를 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monitor.co.kr 사이트에 접속하여 불량화소 등을 체크한 것인데, 다행히도 불량화소는 발견할 수 없었다. 꽤나 양품이 온 것이다. 모니터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어 출력해주는 대표적인 장치로 항상 새 제품을 구입하면서도 설레임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제품이었지만, 이번 43UN700 구매는 이러한 걱정을 불식시키고도 남는 퀄리티를 보여 주었다. 상당히 만족스럽다. UHD 해상도면 800만 화소가 넘고 서브픽셀로 셀 경우 2500만개에 이르는데 이 화소들이 모두 정상이라는 것이 오히려 더 신기할 정도이다.

서브픽셀 구조가 이상적인 RGB 배열이 아니라 BGR 배열이라는 정보가 있어서 주식차트를 칼같은 가독성으로 봐야 하는 내 입장에선 걱정이 되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1픽셀 단위로 세팅해 놓은 차트는 칼같은 가독성을 보여 주었고, 글자도 또렷하게 잘 보였다. 심지어 클리어타입설정을 바꾸지 않았을 때도 특별히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으며 설정 후에는 폰트가 좀 더 진하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구매전에 했던 또 다른 우려는 과연 크기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측면이었다. 비슷한 목적으로 구매했던 전직장의 조 책임님 의견으로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것에 비해서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은 좀 더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러한 경향이 있긴 했으나 모니터를 틸팅하여 위쪽을 사용자 쪽으로 좀 기울이는 각도로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을 본 상태이다. 그래도, 자주 보는 앱이나 차트들은 화면 아랫쪽 약 2/3에 집중시키고 위쪽 1/3은 가끔 보는 내용을 표기하고 있다.

광활한 화면의 적응과 활용

크기의 문제는 예상을 한 것이지만, 예상밖의 현상이 있는데, 모니터가 볼록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딱 하루만에 적응이 되어 정상으로 인식하게 되었지만, 첫날에 느껴졌던 이 느낌은 상당히 생경하였고, 아주 오래전 브라운관 모니터/TV가 대세였던 시절에 LG 전자가 브라운관이면서도 화면을 평평하게 만든 플랫트론이라는 시리즈를 출시한 후 화면이 오목하게 보여 이슈가 되었던 일이 생각나 피식했다.

모니터를 변경한 이후 윈도우 사용 습관 중 바뀐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태스크바의 위치다. 기본적으로 난 태스크바를 화면의 오른쪽에 고정하고 사용해 왔다. 대체적으로 16:9 화면 비율을 가지고 있는 모니터의 특성상 세로 길이에 아쉬움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43인치라는 거대한 화면은 태스크바의 위치를 결국 화면 하단으로 바꾸게 만들었다. 오른쪽에 있으면 윈도우 키나 열린 화면들이 오른쪽 상단에 위치하게 되는데, 여기까지 고개를 들어서 보기가 꽤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아랫쪽에 놓으면 반대로 왼쪽 하단에 몰리게 되어 있지만, 그래도 고개를 들어서 보는 것보다는 내려서 보는 것이 편하다.

광활한 해상도의 장점은 역시 넓은 화면으로 영상 자료를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얼마 없는 4k 영상 소스를 플레이해 보았더니 확실히 몰입감에서 차원이 다르다. 모니터는 모르겠지만, TV는 크면 클 수록 좋다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FHD 수준의 영상을 전체화면으로 플레이했을 때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편이어서 전체화면 보다는 소스 크기 대비 1.5배 정도의 사이즈로 키워서 보는 수준에 만족하였다. 물론, 이것은 Lav Filter와 MadVR이라는 존재를 상기하기 전까지의 일이다.

4k 영상을 원활하게 돌리기 위해서 사전에 세팅했던 과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팟플레이어를 64bit 버전으로 다시 설치하였다. 공식적으로 32bit 버전을 권장하기에 계속 32bit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좀 더 알아보니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간 듯하다. 화면과 소리의 싱크가 맞지 않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64bit 버전의 팟플레이어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 했던 일은 역시 Lav Filter와 MadVR을 설치하는 것이었고, MadVR을 사용함으로써 FHD 소스도 훌륭한 업스케일링 기술의 도움을 받아 4k 소스에 버금가는 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버금가는 것이지 정말 4k 같지는 않다.

본연의 구입 목적이었던 HTS 차트 깔아놓기는 정말 만족스럽다. 해외선물의 위험자산들과 안전자산들의 차트를 한 눈에 보니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이해만 하고 돈이 잘 안벌리는 것이 문제다.) 또한 KRX의 상품들이나 종목들의 차트도 함께 띄워 놓고 분석할 수 있다. 다만, 자세히 보려면 눈을 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심지어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도 부족하여 몸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구매시 고려했던 다른 제품들

오래 전부터 43UN700의 전모델인 43UD79를 구매하기 위하여 스마일캐쉬를 적립하고 있었으나, 43인치만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한성에서 34인치 WQHD 화면의 1500R 커브드 모니터를 가격대 성능비에서 탁월한 수준으로 출시했기에 꽤 오랫동안 후기가 올라올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지켜보다 보니 가격이 오르고 심지어 일시 품절상태가 되어 버렸다. 아마도 가격이 오르지도 않고 품절도 아니었다면 내 책상에 놓여 있는 모니터가 43UN700이 아니라 TFG34Q10WQ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다음으로 알아본 것이 LG전자의 34WL75C, 이 제품은 1900R의 커브드 IPS 패널을 장착하고 나온 녀석이다. 위에서 언급한 한성의 TFG34Q10WQ이 삼성의 VA패널을 사용하고 있어서, 악명 높은 6서브픽셀 모니터들의 가독성 문제가 걸렸기 때문에 알아본 것인데, 결국에는 이 모델을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까지 했다가 결제를 취소하고 가격이 비슷한 43UN700으로 돌아섰다. 우선, IPS 패널들은 커브드 화면을 구현하더라도 VA패널만큼의 곡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1900R 수준으로는 내가 화면을 바라보는 거리인 50cm ~ 60cm 에서는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리고, 34인치 WQHD 화면의 해상도는 FHD 모니터 2.5개 정도의 공간밖에 되지 않는 점에 있어서 약간의 부족함을 느꼈다. 같은 가격이면 30%이상의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몰입감의 측면에서 커브드가 좋긴 하지만 고작 1900R이라 기꺼이 포기할 수 있기도 하고, 몰입감은 화면을 키우는 방식으로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암 FDM-HD-S01

원래 모니터를 구매하려던 시기는 거제도에서 프로젝트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왔던 6월말경이었다. 그래서 이 정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모니터암을 아마존에서 직구해 놓았었다. 에고트론사의 FDM-HD-S01이라는 제품이다. 이 모니터가 스탠드를 제외하고 13.6kg 정도이고, FDM-HD-S01의 최대 허용 무게는 13.8kg에 이른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43UN700을 FDM-HD-S01에 장착하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이 모니터암의 VESA 홀은 75 by 75와 100 by 100만 있었기 때문에 따로 강원전자 넷메이트의 NMA-VMA05 200 by 200 확장 브라켓을 구매하였으나, 이 확장 브라켓이 모니터의 VESA홀에 장착하기에는 약간 더 컸기 때문이다. 나사를 꼽을 홀의 위치는 맞는데, 전체 200 by 200 사이즈의 브라켓 자체가 모니터에 파인 홈에 맞지 않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 중이다. 다른 확장 브라켓을 구매할 지 아니면 나사를 좀 더 긴 것으로 구매해서 시도해 볼지... 아니면 그냥 제공된 스탠드로 사용할 지...

높은 만족감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언제나 모니터를 구매할 때는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는 기대감 보다는 양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불량 화소가 있을까봐 걱정되고, 빛샘 현상이 클까봐 걱정되는 등의 이것저것 불량이 날 요소가 꽤 많은 것이 모니터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히 만족스럽다. 흠잡을 곳이 거의 없다. 굳이 언급하자면 응답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이 제품이 내가 구입하는 마지막 LCD 모니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만약 이 제품이 고장없이 5년 이상을 버텨준다면 다음 모니터는 OLED나 아니면 다른 기술이 들어간 모니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년 후에 여전히 LCD 모니터들이 득세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더불어, 6년전 동사의 TV인 47LD5800을 구매할 때 쓰레기같던 백색 균일성 때문에 LG디스플레이 제품의 이미지가 최악이었는데, 이번에 43UN700을 구입하면서 상당히 개선되었다. 물론, 이제 LGD는 LCD 산업에서 거의 손을 떼다 싶이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 개선은 좀 늦은 감이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