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살아남기』 메리 로치

제목만으로 책의 내용을 유추했을 때, 내가 상상했던 내용은 전쟁이 발발한 상태에서 민간인으로서 어떻게 전쟁의 피해를 덜 입거나 피난을 안전하게 떠날 수 있을 지, 아니면 피난을 가기에는 너무 늦어서 총격전에 휘말릴 경우 어떻게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을 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단히 오산이었다.

『전쟁에서 살아남기』는 전쟁에서 부상당한 군인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 지, 아니면 군인을 적들의 화기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 지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즉, 위에서 언급한 민간인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내용은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인 메리 로치Mary Roach는 때로는 위트있게, 때로는 담담하게 전쟁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고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에는 꽤나 역겨운 내용들이 많다. 이미 병역 의무와는 거리가 멀어진 나이임에도 마치 내가 전쟁에서 부상병이 되는 상황이 그려질 정도로 적나라하다. 특히나, 4장 "허리띠 아래"의 내용이 섬뜩하다.

책의 제목은 『전쟁에서 살아남기』이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안되는 이유라고 지어도 될 것같다. 그러한 목적으로 책을 적었다면 저자는 매우 성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참고로 원제는 『Grunt: The Curious Science of Humans at War』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