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체프 아리차 @회화나무

퇴근을 하고 나니 저녁약속까지 두 시간 안팎의 시간이 비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다가 약속 장소 인근의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 카페로 고른 것이 회화나무였다. 처음 들르는 카페여서 커피맛을 기대하기 보다는 건물 3층에서 바라보는 창덕궁의 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커피까지 맛있다.

내가 선택한 커피는 아리차였다. 이미 거제도에 있던 시절, 심이 누나가 드리백 타입의 아리차 원두를 보내 주어 예가체프의 위력을 느낀 바가 있었고, 메뉴에 핸드드립 아리차가 있길래 선택했던 것이다. 초콜렛 한 조각과 함께 서빙되어 온 아리차 원두에서 특유의 꽃향기와 과일향기가 올라온다. 한모금 마셔보는 순간 차원이 다른 맛을 느꼈다. 내가 드립백으로 내려 마실 때는 이렇게 강렬한 레벨의 풍미가 아니었는데... 정말 강렬하게 꽃향기와 과일향기가 올라오고 진한 커피의 풍미와 어울어져 입안을 가득 채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로스팅한지 얼마 안된 원두라는 것은 같다는 것을 전제로, 두 가지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선, 드립백의 경우 그라인딩 한 후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향이 많이 날아간 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회화나무에서 마셨을 당시에는 핸드드립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도 비교적 시간이 걸린 후에 서빙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라인딩도 즉석에서 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는 핸드드립 실력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내가 커피를 내렸을 때는 전문적인 장비도 없이 그냥 전기포트에서 대충 내려 마셨지만, 핸드드립 메뉴를 판매하는 곳인 회화나무에서는 서버가 나보다 월등한 핸드드립 실력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핸드드립 커피의 경우 이 드립에서 맛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던 것도 미안한데, 오래 앉아 있었더니 서비스로 향이 훌륭한 홍차를 자그마한 잔에 내려 주셨다. 나가라고 눈치 안준 것만 해도 감사한데 이렇게 서비스로 차 까지 한 잔 더 대접받으니 감동이다.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하리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