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즐거움은 몇 년 전부터 내 인생에서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루돌넷에 남기고 있는 글의 비중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래서, 종종 음식이나 영양학에 대한 책을 읽곤 하는데, 댄 주래프스키 교수의 저서인 『음식의 언어』도 그런 측면에서 읽기 시작했다.

『음식의 언어』를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케찹이 중국말이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소스라는 것이었다. 가장 미국적이라고 인식되는 케찹이 중국 것이라니! 저자인 댄 주래프스키가 조사해본 바를 요약하자면, 케첩은 원래 광둥어로 생선 소스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한다. 즉, 케찹은 원래 피시소스였다. 정확히는 중국 푸젠성이 발원지이다. 그것이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토마토가 들어가게 되었고,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 좀 더 달게 변모하여 지금의 토마토 케찹이 된 것이다. 케찹이라고 하면 당연히 토마토 케찹을 연상하지만, 토마토 케찹이 아닌 케찹도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메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저렴한 음식점일 수록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반대로 고급 음식점일 수록 선택의 폭은 줄어든다. 단적인 예로 김밥천국에서 고를 수 있는 메뉴와 일명 오마카세라고 해서 쉐프가 알아서 골라주는 코스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을 비교하면 쉽다.

메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어로 시작을 의미하는 앙트레가 왜 미국에서는 코스요리에서 메인 디쉬를 의미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평소에 코스 요리에 그리 익숙하지 않음에도 꽤나 재미있었다. 거칠게 요약해 보자면, 중세 코스요리는 유럽 귀족들의 격식있는 식사였고, 그래서 메인 요리도 여러 가지였다. 즉, 앙트레는 여러 메인 요리 중에 첫번째를 뜻하거나, 메인요리와 에피타이저 중간 정도의 요리를 의미했다. 그 후, 코스요리가 간소화되면서, 현대 유럽에서는 앙트레가 에피타이저에 가까운 요리로 인식되는 반면, 미국쪽에서는 그냥 메인요리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정착되었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지만, 케찹의 임팩트가 워낙에 커서 다른 이야기들을 머릿속에서 덮어 버린 느낌이다. 케찹이 중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안다고 세상 살아가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 획기적인 지식을 하나 쌓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꽤 만족스럽다. 지적 허영심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