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물 트레이딩 리뷰, 2020년 4월

일반적으로 파생상품시장에서의 마진콜은 장종료 후 정산 결과를 따져 증권사나 브로커가 마진으로 잡은 금액보다 낮은 경우에 발생한다. 요즘은 전화가 오지는 않고 그냥 문자를 보내는 수준이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이를 마진콜이라고 한다. 그런데, 장중 마진콜 제도라는 것이 있다. 시세의 변동에 의해서 장중에라도 예탁금액이 현저하게 줄어들 경우 증권사에서 마진콜을 보내고 강제로 포지션을 청산해버리는 제도이다. 이름만 들어본 이 장중 마진콜을 내가 받아 보았다.

공교롭게도 월초에 오일과 구리 두 상품에서 모두 매도 시그널이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고심하다가 하나만 들어 갔을텐데, 전 3개월간의 성적이 좋다보니 아주 자신만만하게 두 상품에서 모두 매도포지션을 잡았다. 물론, 여기까지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시스템 트레이딩 관점에서 매우 적절하게 대응한 것이다. 오히려 이 중 하나의 상품만 매도포지션으로 진입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잘못된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

초저녁부터 졸음이 와서 눈 좀 붙인다는 것이 꽤 깊게 잠이 들어 버렸다. 잠결에 문자가 와서 보니 바로 장중 마진콜었다. 정신을 차리기까지 다시 또 시간이 흘렀고, 결국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포지션은 강제로 청산되어 있었다. 고작 오일 한 계약과 구리 한 계약 트레이딩으로 월초부터 $7k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정석대로 하자면 스톱로스를 걸어 놓아야 했다. 하지만, 난 대체적으로 위험자산의 매도포지션에는 스톱로스를 잘 걸어 놓지 않는 편이다. 급락은 자주 있어도 급등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것도 엄청난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장중 마진콜에 이르게 된 또 다른 원인이 있었다. 바로 예탁금을 딱 맞게만 넣어 둔 것이다. 대체로 대부분의 자금을 은행에 두고 포지션을 취해야 할 때 이에 맞는 수준의 금액만 계산해서 증권사 계좌로 옮기곤 하였는데, 이러한 평소의 습관 또한 장중 마진콜의 원인이 되었다.

즉, 위의 세 가지 이벤트, 초저녁잠, 스탑로스 미설정, 타이트한 예탁금 관리가 겹쳐서 장중 마진콜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하고 말았다. 세 가지 모두 크게 잘못된 점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허탈감을 느낀다.

이미 손실이 나의 평소 포지션 규모로는 만회하기가 어려운 지경이었고,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손실을 조금이라고 줄이려고 노력했으나, 대체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이런 비장한 각오와 노력은 오히려 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역시 손실을 더 키우고 말았다. 결국 2015년 6월 해외선물 트레이딩을 시작한 이후 월간 최대 손실 금액을 갱신했다. 참고로 월간 최대손실은 2018년 5월에 발생했고, 손실금액은 $9,111.25 + 수수료 $257.14였다. 이번 4월의 엄청난 손실로, 2020년 년간 누적 수익도 손실로 돌아섰다.

다른 측면에서 분석하자면, 200일선 아래에서의 거래에서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한 경향을 이어가고 있다. 징크스인 것인지, 원래 이런 하락장이 더 트레이딩하기 어려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 200일선 아래에서는 트레이딩을 자제해야 하는 것일까?

그저, 좀 더디게 진행되던 시스템 로직 오버홀 작업에 있어서 4월의 막대한 손실이 큰 촉매가 되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겠다. 진행 속도가 꽤 빨라 졌다. 이런 손실을 겪으면 당연히 시스템 로직에 수정을 해야 한다. 위 세 가지 이벤트보다 더 큰 원인은 바로 내 로직이 시장을 잘못 읽은 것이다.

아, 그리고 마진콜에 의해서 포지션이 강제로 청산된 경우 협의수수료가 적용되지 않아서 손실만으로도 기분이 나쁜데 나중에 수수료를 보고 기분이 한 차레 또 나빠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