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의 심리학』 마리아 코니코바

스스로 평가하길 생각하길, 난 믿음보다는 의심이 많은 성향의 인간이라 사기를 잘 안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뒤통수의 심리학』를 읽은 후에는 그러한 생각이 바뀌었다. 나 또한 언제든지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두려워 졌다.

우선 사기꾼들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한 이야기부터 언급해야 겠다. 인간 심리에서 "어둠의 3요소"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이제는 잘 알려진) 사이코패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선천적으로 계획적이고 냉정한 성향을 말한다. 두 번째가 나르시시즘이다. 뽐내려는 욕구, 자신이 특별하다는 권리 의식, 과도하게 부풀려진 자존감 등의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마이카벨리즘이다. 아마도 위 두 가지 보다는 덜 알려진 개념인 듯한데,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타인을 조정하려는 특성을 뜻한다고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사기꾼의 행동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 바로 마키아벨리즘이다.

그렇다면, 사기를 당하기 쉬운 사람은 어떤 유형일까? 『뒤통수의 심리학』에는 이에 대한 답도 있다. 바로,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보다는 자신만의 긍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다.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도 하는 이 성향은 성공을 위해서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데, 사기를 당하기도 쉬운 성향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꼭, 위와 같은 사람만이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뭔가 일이 잘 안풀릴 때가 있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인생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심리적으로 나약한 상태가 되는데, 이럴 때 사기를 당하기 쉽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 보자면, 사기꾼들은 선천적으로 믿음이 강한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인생의 위기를 겪고 있어 나약해진 사람을 타깃으로 삼는다. 전자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후자의 경우는 우리가 피해를 막을 여지가 좀 있다. 즉, 자신의 고충을 함부로 주위에 알리고 다니면 안된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실연당한 이야기 같은거 쓰면 사기꾼들이 군침을 흘릴 것이다.

사기 수법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책에서 나오는 예시는 워낙 일부에 불과한 반면 사기 수법은 흘러 넘칠 정도로 많기에 책에서 나오는 사례만 조심하는 것으로 사기를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기 수법도 나날이 발전하게 마련이다.

사기는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