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팩터』 김영준

흔히 성공한 사람들을 노력충인가 재능충인가로 구별하려고 하는데, 『멀티팩터』는 노력은 당연히 엄청나게 하는 것이고, 재능인가 운인가를 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그리고, 재능과 운이 모두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멀티팩터』의 저자인 김영준님은 『골목의 전쟁』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분이고, 개인적으로는 Second Coming이라는 블로그를 구독하면서 평소에도 이 분의 글을 자주 읽고 있는 편이다. 『멀티팩터』를 읽는 독자들이 대부분 『골목의 전쟁』을 이미 읽고 후속편 개념으로 읽을 가능성이 높은데, 반면 난 『골목의 전쟁』을 읽지 않고 바로 『멀티팩터』를 읽는 독자라는 점을 우선 밝힌다.

누가 이야기한 것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말을 들었거나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느냐, 그리고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이미 인생의 75%는 결정되어진다고. 난 이 말이 크게 와닿았다. 이 두 가지가 정말 크게 영향을 주고 이 제약을 뛰어 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이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저자가 이러한 담론을 책으로 펼쳐낸 이유는 좀 다를 것이다. 함부로 사업 시작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특히나, 『멀티팩터』가 『골목의 전쟁』의 후속편이라는 전제를 깔면 더욱 그렇다. 『부의 추월차선』을 비롯하여 멀쩡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때려치고 사업을 시작하라고 부추기는 책은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서 경고하는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멀티팩터』는 의미가 있는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실제 비지니스 사례는 공차, 월향, 프릳츠 커피 컴퍼니, 마켓걸리, 스타일난다, 무신사로 여섯 가지나 되지만, 내가 실제로 알고 있는 브랜드는 공차 밖에 없다. 그 마저도 난 공차를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에 평범한 주부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례로 소개된 적이 많아서 알고 있는 정도이다.

이 케이스만 언급해 보자면, 남편이 글로벌 투자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 남편의 도움이 컸다는 점을 간과하고, 공차와 미디어들은 그저 평범한 주부의 성공 스토리로 포장하기 바쁘다. 이를 보고 노력하면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사업을 시작하면 망하기 쉽상이다. 즉, 저자는 이들이 이미 평범한 사람들과는 출발선상이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며, 심지어 이렇게 유리한 입장에서 시작해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무겁게 경고한다.

저자의 경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경고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과 사업을 시작할 사람들 양쪽을 모두 겨누고 있다. 사업을 통해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재능, 금전적 자본, 인적 네트워크,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과 정보력 등을 모두 쏟아부어야만 한다면서, 성공한 이들에게 남들과 다른 경쟁무기를 가지고 성공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굳이 평범한 인간의 성공 스토리로 포장하지 말라는 경고,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경쟁 무기를 정말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 보고, 이러한 무기를 갖추고 있더라도 불확실성과 운에 의해서 실패할 수 있는 것이 사업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사업을 곧 시작할 사람이라거나 회사가 다니기 싫어서 사업을 고민하는 사람이 『멀티팩터』를 읽고 나면 정말 간담이 서늘할 것같다. 이래도 정말 사업이라는 것을 할 것이냐고 진지한 표정으로 묻고 있는 책이다. 그래도 사업을 하겠다는 독자에게 저자는 이러한 충고를 덧붙인다. 경영잡지 Inc.가 선정하는 '빠르게 성장하는 500대 기업'의 CEO 중에서 20%는 창업 후에도 한참 동안 월급쟁이 생활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