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CE 향신료』 스튜어트 페리몬드

전세계 요리를 참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지역의 요리마다 다 특색이 있게 마련인데, 아마도 그 특색있는 풍미의 이유 중 대부분은 바로 지역마다 사용하는 향신료가 달라서일 것이다. 즉, 이국적인 맛이라는 의미는 지역색이 있는 향신료가 들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SPICE 향신료』는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여러 가지 대표 향신료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류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엮은 책이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하려는 이들에게는 향신료의 백과사전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화려한 사진과 함께 그리 많지 않은 활자로 되어 있어 그저 부담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물론, 책이 다소 크고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정말 다양한 향신료들이 등장하고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향신료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된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런 점에서 좀 놀라웠던 점은 큐민과 코리앤더(고수)였다. 이 두 가지 향신료는 인도나 동남아에서만 사용되는 줄 알았는데, 아프리카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게다가 코리앤더가 벨기에 맥주에 들어 간다는 사실도 놀라웠는데, 난 호가든을 비롯한 벨기에 맥주의 그 향긋한 향이 귤이나 오렌지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수는 잎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향신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전세계 각국에서 사용하는 대표 향신료를 분류해 놓기도 했는데, 저자인 스튜어트 페리몬드 박사Dr. Stuart Farrimond가 영국인이라 과연 영국인의 관점에서 한국의 대표 향신료로 어떤 것을 꼽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저자는 우리 나라의 대표 향신료로 참깨와 홍고추, 그리고 마늘을 꼽았다. 홍고추와 마늘은 수긍했으나, 참깨는 예상 밖이었다. 참고로, 일본의 대표 향신료로는 참깨와 산초, 그리고 생강을 꼽았다. 와사비는?

생김새 때문에 항상 궁금해 하던 팔각이라는 향신료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감초향과 비슷하다고 한다. 감초향이라면 한약을 먹을 때 느껴지는 그 맛인 걸까? 그렇다면 굳이 먹어볼 필요는 없을 것같다. 그리고, 팔각에 함유된 시킴산이 타미플루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어 독감이 유행하면 팔각이 항상 품절된다고 한다. 의외다. 뭔가 한약재 같은 맛인데 양약에도 쓰인다고 하니.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