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재발견』 안데르스 에릭슨, 로버트 풀

말콤 글레드웰의 책에 등장하여 유명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은 워낙에 많이 회자되어 나 또한 알고 있다. 어떤 분야든 1만 시간 수준의 노력을 기울이면 전문가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오해라고 말하는 이가 나타났다. 바로 이 "1만 시간의 법칙"의 창시자다.

『1만 시간의 재발견』은 "1만 시간의 법칙"의 창시자인 안데르스 에릭슨이 "1만 시간의 법칙"이 원래 그런 뜻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기 위해 탄생한 책이다. 내가 이 책을 갑자기 선택하게 된 이유는 얼마 전에 읽었던 김영준님의 저서 『멀티 팩터』를 통해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와전되어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1만 시간의 재발견』을 요약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전문가의 영역에 도달하는 것은 1만 시간이라는 양적인 요소 뿐만 이니라 그 시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훈련했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심지어 이 1만시간이라는 것도 분야에 따라 더 짧을 수도 더 길 수도 있다고 한다. "1만 시간의 법칙" 창시자는 훈련의 양과 질이 모두 중요함에도 양에만 초점이 맞춰져 돌아다니는 점이 몹시 거슬렸던 것 같다.

그 훈련의 질이라는 것을 저자는 "의식적인 연습"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의식적인 연습에는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1. 효과적인 훈련 기법이 수립되어 있는 기술 연마
2. 컴포트 존을 벗어난 지점에서 진행
3. 명확하고 구체적 목표
4. 신중하고 계획적
5. 피드백과 피드백에 따른 행동 변경
6. 효과적인 심적 표상
7. 기존에 습득한 기술의 특정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

위에서 언급한 일곱 가지를 누락시키지 않고 연습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단계에 도달하면 연습을 하더라도 뚜렷한 목표를 갖지 않고 반복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경력은 쌓이는데 실력은 늘지 않는 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이러한 성향이 딱히 나쁜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을 그렇게 끊임없이 노력하며 잘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 반드시 평균 이상의 성취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일의 경우 위의 일곱 가지 요소 중에서 3번부터 7번까지는 그럭저럭 인지를 하고 적용을 하는 편이지만, 1번과 2번의 경우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1번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이미 알려져 있는 효과적인 훈련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진행하다가 시간을 크게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효과적인 훈련 기법을 알기 위해서는 돈이 들거나 선구자들에게 굽신거림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라,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 그냥 시간으로 때우자는 식으로 접근을 했었던 것같다. 좋은 스승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생은 짧고 시간은 귀하다!

책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여러 가지 예시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절대음감에 대한 사례였다. 일반적으로 절대음감은 타고난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훈련을 통해서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조금 다른 학습방법을 사용해야 하지만 절대음감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꼭 절대음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연습을 할 생각은 없다.

저자는 재능이라는 것의 영향력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재능은 초기에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 다음 위에서 언급한 밀도 높은 훈련에 의해서 상쇄될 수 밖에 없는 요소라고 한다. 다만, 신체 능력과 관련이 높은 분야는 밀도 높은 훈련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어렷을 때 시작하는 이들을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노력을 충분히 했음에도 전문가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해 침울해 하는 이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면 허탈감이 몰려 오거나 반대로 반발심을 갖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