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더한옥

날씨가 점점 더워짐에 따라 팥빙수에 대한 갈망도 커지고 있는 반면, 북촌권에 수많은 카페가 있음에도 은근히 팥빙수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지지 않고 있다. 어떤 곳은 가게 오픈을 12시 30분부터 한다고 하질 않나, 툭하면 "하루 쉽니다"를 써붙이고 있지를 않나, 북촌의 가게들은 뭔가 생존을 위한 절박함같은 것이 결여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분위기 있는 카페나 밥집을 열고 취미 생활을 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대부분은 열심히 사는 분들일 것이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더한옥이라는 한옥 카페를 표방하는 곳에서 팥빙수를 괜찮게 한다는 리뷰를 보고 찾아 갔다. 다만, 팥빙수 전문점이 아니라서일까. 팥빙수를 주문하니 기다려야 한다느니 좀 꺼려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팥빙수를 먹고야 말겠다는 열망으로 밀어 붙였다.

팥빙수가 서빙되어 나왔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수북한 견과류 토핑이었다. 견과류를 워낙에 좋아하는 탓에 이 견과류 토핑에 열광하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팥과 얼음을 섞으려고 하는데 얼음이 우유얼음이 아니었다. 헉, 요즘 우유빙수가 아닌 곳도 있던가! 날카로운 얼음덩어리를 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역시 빙수는 빙수 전문점에서 먹어야 하는 가보다.

풍성했던 견과류 토핑 덕에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좀 아쉬운 올 여름 첫번째 팥빙수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