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처』 데이비드 라이크

『믹스처』는 현생 인류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지금 전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인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이런 류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마는, 난 주변 사람들의 평균보다는 좀 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믹스처』를 읽기 전에도 이미 아프리카에서 발원된 현생 인류가 전세계로 퍼지는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약간 섞이고,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였으며, 그래서 지금과 같이 전세계에 퍼져 있다라는 정도의 지식은 있었다. 그런데, 『믹스처』는 그 이상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네안데르탈인은 12만년전에는 현생 인류의 유입을 막아 내었지만, 6만년전에 다시 경쟁하게 되었을 때는 패했다라는 수준까지 설명한다. 이 정도 수준의 지식은 나의 호기심 영역을 넘어선 것이었기에 솔직히 지루함을 느꼈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서는 저자가 기대했던 것과는 꽤 다른 주장을 하는데, 인종 차별이 금기시되는 작금의 시대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분명 인종간에는 차이점이 존재하며 이를 과학적인 차원에서 연구하는 것까지 도덕적 잣대로 비난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연구과정에서 이런 점 때문에 펀딩받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듯하다. 이해는 한다.

『믹스처』는 읽으면서 꽤나 지루했지만, 나의 호기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평하고 싶다. 사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끝내면 책 읽고 남은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니 새롭게 알게된 사실을 하나 언급하자면, 교육이라는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한다. 즉, 공부를 잘 못하면 조상탓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