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초비, 갈릭 오일파스타 @소온테이블

생선 비린내에 엄청 예민해서 익힌 생선은 먹지 않는 편이라 메뉴에 엔초비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절대 선택하지 않았던 나인데, 프로젝트룸 인근에 소온테이블이라는 파스타집에서 엔초비 갈릭 오일 파스타를 그렇게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해서 주문해 보았다. 이런 말을 하면 비웃겠지만 나로서는 엄청난 용기를 내어본 것이다.

다행히도, 엔초비 파스타라고 해서 뭔가 멸치같은 생선들이 덩어리째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우리 나라로 치면 멸치 액젖같은 형태로 엔초비가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사실, 멸치액젓도 안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뜻이었다.

우선, 파스타에서 생선찌개 비스무레한 향이 살짝 느껴진다. 거북하다거나 싫은 향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살짝 신경이 쓰이는 향이다. 실제로 맛을 보면 삭힌 물고기가 들어간 음식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풍미가 살짝살짝 느껴지기도 한다. 이 외에는 일만적인 오일파스타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살짝살짝 느껴지는 풍미가 더해져서 색다른 오일파스타가 된다. 다만, 조금만 향이 더 강해지면 역해서 못먹을 것같았다.

다시 엔초비가 들어간 파스타를 선택할 지는 잘 모르겠다. 엔초비 파스타 잘하는 집으로 소문나서 방문한 것인데, 잘한다는 뜻이 엔초비의 향을 잘 살린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엔초비의 거북한 향을 잘 제어한다는 의미인 지 모르니, 다른 파스타집에서 엔초비를 선택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지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앞으로도 엔초비 들어간 메뉴는 안고르는 걸로...

그나저나, 소온테이블이라는 곳, 밖에서 보면 무슨 화원같은 모습이다. 초록이들이 가게를 감싸고 있어서 신비롭다. 숲 속에 감추어둔 파스타집 느낌이랄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