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의 경고』 도쿠가츠 레이코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미국 연준의 눈치를 보며 기준금리를 내리곤 한다. 하지만, 제로금리나 이에 준하는 수준까지 내리고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뒤따르게 된다. 미국 연준은 그 답으로 양적 완화를 꺼냈고 이 카드는 먹혀 들었으며 그래서 유럽이나 일본 등의 준 기축통화들도 양적 완화의 길을 택했다. 그렇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어떠한가?

『마이너스 금리의 경고』는 과연 금리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때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나면 과연 경제는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이 씌여진 시점은 2015년이고,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된 시점은 2016년이라 금년 초의 대폭락 장세와 이에 따르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대응은 반영되지 않은 책이다.

저자인 도쿠가츠 레이코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끼리는 물론 실제 시장에서도 어느 수준까지는 통용될 수 있다고 한다. 예금에 대해서 보관비용을 지불하는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꽤 큰 금액의 돈을 집안에 금고를 갖추어 놓고 보관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가 여기까지 떨어진다는 것은 끔찍한 디플레이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므로 금고 사다 돈 보관하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 많은 세상일 것이다.

기축통화인 달러 관점이 아니라 준 기축통화인 엔화를 기준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되는 과정과 이유를 설명해주는 부분이 꽤 흥미로웠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준 기축통화로 분류되는 엔화를 쓰는 것에 대한 부러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러한 엔화 또한 달러 앞에서는 프리미엄을 요구받는다는 사실에 달러의 위용을 느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일본 국채는 일본 밖으로 나갈 때는 일본 정부의 부채비율 등의 이유로 인하여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받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본의 엔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요즘 FED가 주도하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 꽤 흥미롭기도 하고 거시경제를 실전으로 배우는 것 같아 본의 아니게 공부가 되곤 하는데, 이런 시점에 읽으면 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번역에 대해서는 다소 만족도가 떨어졌다. 일본에서 통용되는 한자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어색한 문장이 만들어 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내 생각에 역자가 금융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번역을 한 것같다. 걸러서 읽어야 할 부분들이 좀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