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단지 박민영의 팬이라 박민영이 출연한다고 하여 보기 시작한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 푹 빠져서 종영 후에 그 공허함을 달래고자 원작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읽게 되었다. 책과 드라마를 모두 접하고 느낀 점은 두 작품은 스토리 라인만 같을 뿐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캐릭터의 설정이 조금 다른데, 우선 드라마에서의 목해원은 첼리스트다. 첼로 강사를 하다가 학부모의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이모가 있는 해천시로 낙향같은 걸 해버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반면에, 원작에서의 목해원은 미대를 전공하고 미술학원에서 강사를 하다가 역시 학부모의 갑질에서 벗어나고자 이모가 사는 해천시의 호두하우스로 향한다. 캐릭터의 직업이 달라서 뭔가 다른 유니버스에서 각자 공존하는 목해원으로 인식되었다. 물론, 난 책을 읽으면서는 첼로 대신 스케치북과 에보니 펜슬을 들고 있는 박민영을 상상했다.

또한, 드라마에서 의외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은섭의 동생 휘는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좀 짜증이 났다. 드라마에서도 별로 마음에 안들던 캐릭터라... 대신 원작에서는 비중이 작긴 하지만 은섭이의 사촌형이 등장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뭐, 이런저런 차이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원작과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런 것이 아니다. 목해원이 첼로를 연주하든 그림을 그리든 그런 것은 작품의 전개상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두 작품이 상당히 다르다고 느낀 것은 바로 같은 이야기를 어디에 힘주어 전개하는가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에서도 목해원과 이은섭의 로맨스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목해원 가족의 숨겨져 있었던 비극이다. 즉, 이모는 왜 집안에서도 그렇게 선글라이스를 쓰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 이후, 이 궁금증이 후반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버린다. 그 이외의 일은 모두 그저 부수적인 일에 불과하다.

반면, 원작에서는 은섭과 해원의 로맨스 이외의 소재에 대해서 강약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당히 잔잔하고 목가적이다. 작가는 도시의 차가움과 냉정함에 지친 이들이 시골에 내려와 따스함을 느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보통은 원작 소설이 더 재미있고, 원작 소설을 읽은 후 본 드라마/영화는 원작 소설과 다르다는 이유로 폄하되곤 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먼저 보았기 때문인지 난 드라마에 더 애착이 간다.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내가 박민영의 팬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를 찾아 보자면, 드라마가 좀 더 극적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더라도 너무 잔잔해서 다음 장을 빨리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긴장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인지, 원작 소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드라마의 여운을 조금 더 가지고 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