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그레이 티라미수 @가배도 삼청점

심이누나와 부띠끄경성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왔고,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러 가야 했는데, 점찍어둔 두 곳이 모두 문을 닫았다. 아니, 북촌 이 동네는 툭하면 문을 닫는 집들이 많다. 그래서, 취미로 장사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관광지라 사람들이 몰려오니 절박함이 결여되어 있다고나 할까. 뭐 장사 안하겠다는데 내가 뭐라할 것은 아니다. 주제 넘었다.

사람을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라 한 번 만나게 되면 귀한 기회 뜻깊게 보내려고 보통 플랜B까지는 마련해 놓는데 이렇게 플랜B까지 몽땅 어긋나면 좀 화가 나곤 한다. 그래도 평소에 가고 싶어서 킵해둔 카페가 많아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가배도라는 곳이다.

가배도를 평소에 가고 싶어 했던 이유는 대나무로 감쌓여 있는 카페의 외관이 상당히 운치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본풍인지 중국풍인지 좀 아리까리 했는데, 실내에 들어가서 둘러보던 심이누나가 일본풍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리고, 심이누나는 이 건물이 예전에는 가배도가 아니었다며 스트릿뷰의 히스토리 기능을 이용하여 탐정놀이를 하더니 그것을 입증해 보여 주었다.

아메리카노 두 잔과 얼그레이 티라미수를 주문하였다. 이름이 가배도라 나름 풍미넘치는 핸드드립커피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만 있어서 당황했다. 물론, 선택한 아메리카노가 맛이 없었다는 것은 아닌데 특별한 맛도 아니었다. 반면 얼그레이 티라미수는 꽤 만족스러웠다. 내가 알던 티라미수와는 좀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상당히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식감이 그만이었다. 다만, 얼그레이향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심이누나와의 수다는 가배도의 인테리어와 대나무 때문인지 집에서 키우는 식물 이야기와 인테리어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같다. 밖에서 놀기 힘든 영향도 있을게다. 집안의 곳곳이 평소보다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들 답답한 시기를 그럭저럭 묵묵히 견디고 있는 듯하다. 뭔가, 우리 둘다 평소보다 조금 낮은 텐션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