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빌 브라이슨

상당히 함축적으로 『바디』라는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서 인간의 몸 전체를 기능별로 소개해주려는 책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고, 그 다음 목차를 보아도 그러한 면이 보였으며, 실제로도 그러했다. 전문 의료인이 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바디』만 읽어도 꽤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행본에서 이 정도 해주면 꽤 잘하는 것이다.

인체의 신비에 대한 정말 많은 지식이 담겨져 있지만, 그 중 새롭게 알게된 사실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우선 모낭충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우리 몸 어디든 다 그러하겠지만 피부에도 꽤나 많은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알려진 것만 해도 200여종이라고 하고, 개인마다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도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미생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낭충이라는 진드기도 살고 있다. 진드기가 피부에 서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징그럽기도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피부에 서식하는 것이 정상적인 피부 상태라는 것이었다.

사실, 여드름 때문에 꽤나 오랫동안 고생을 하여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면서 모낭충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다. 다만,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점은 모낭충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이 일반적인 피부가 아니라 두피라는 사실이었다. 피부에서 피자가 분비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모낭충이 있지만, 특히나 두피에 서식하며 비듬을 갉아 먹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견과류에 대한 이야기는 꽤 솔깃했다. 난 견과류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그래서 하루에 아몬드와 호두를 한 줌씩 먹곤 한다. 그런데, 견과류의 주된 성분은 식물성 지방이고 따라서 열량이 꽤나 높아 먹으면서도 우려를 하곤 했다. 저자에 따르면 음식마다 소화율이 다른데, 견과류는 소화율이 다른 음식에 비해서 낮기 때문에 대장/소장에서 많은 부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냥 배출한다고 한다. 즉, 먹어도 다 살이되지는 않고 일부만 살이 된다는 뜻이다. 정말 좋은 정보가 아닌가! 이제부터 부담없이 견과류를 씹어줄테다!

이 밖에 갈증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게 되는데, 갈증은 신뢰할 지표가 아니며, 갈증을 느낄 정도로 수분이 부족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갈증을 느낄 때는 이미 많이 늦은 것이니 그 전에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하루에 8잔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등의 정보는 잘못된 것이며, 다른 음식물 등을 통해서 상당 부분의 수분을 섭취하고 있으니, 하루에 물을 그렇게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죽을 수도 있다는 조언도 빼먹지 않았다.

꽤나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두꺼웠지만 읽고 나니 보람을 느끼는 책이다.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어서 다른 이들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은 책이다. 다만,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호기로운 의사들에 의해 진행되었던 온갖 무모한 수술에 대한 이야기는 소름끼칠 만큼 끔찍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