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칠리미트소스파스타 @세비야테니스클럽

지난 5월에 이어 두번째로 세비야테니스클럽을 방문했다. 첫 방문 때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프로젝트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자주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저녁 영업이 메인이고 점심 영업은 곁다리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인지 가면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거의 세 달만에 재방문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용기를 내어 색다른 메뉴를 선택해 보았다. 세비야테니스클럽에서 점심에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딱 네 가지인데, 그 중에 이번에 선택한 메뉴는 가지칠리미트소스파스타이다. 가지 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중국 시안 여행때 수분을 상당부분 제거한 가지 요리가 꽤 훌륭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맛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서빙된 가지칠리미트소스파스타를 먹어보니, 기대한 그 가지맛을 느낄 수는 없었다. 가지를 굽기는 했지만 가지에 수분이 많은 상태여서 인지 식감은 물컹했고, 가지에 간이 베이지 않아서 싱거웠다. 그런데, 그 위에 올려진 다른 재료들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마치 가지는 그저 다른 재료들을 담을 제 2의 그릇으로 쓰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반적인 스파게티면이 아니라 푸쉴리면을 사용했고, 포크로 면을 하나하나 먹을 때마다 푸쉴리면을 따라 치즈가 따라 올라왔다. 포크로 둘둘 감아서 입에 넣으니 참으로 훌륭한 맛이다. 여기에, 큐민으로 추측되는 향신료가 이국적인 풍미를 더해 준다. 심지어 싱거웠던 가지도 남은 치즈와 섞어서 먹으니 맛이 나쁘지 않았다.

모험적인 메뉴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벌써부터 9월로 예상되는 세 번째 방문이 기다려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