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마가렛 애트우드

TV시리즈인 핸드메이즈 테일을 본 적이 있다. 가볍게 보려고 첫번째 에피소드를 보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관에 놀라서 나중에 정신 다잡고 보자고 미뤄 두었는데, 아직도 보지 못하고 있다. 대신에 도서관에서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시녀 이야기』를 빌려 왔다. 당연히, 원작의 세계관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인 듯한데 하녀라느니 시녀라느니 하는 계급이 등장하여 갸우뚱한 독자에게 조금씩 조금씩 이 곳이 원래는 미합중국이었던 나라라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 그리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집단에 의해서 쿠데타가 일어났고, 이러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 준다. 이 말도 안되는 세계관에 놀라기는 하지만, SF소설이나 디스토피아류의 소설을 읽을 때는 그 세계관을 인정하고 들어 가야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세계관에 대한 설명은 뒷부분에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 밖의 인물들이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며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 전에는 그냥 이런 세계관 안에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는 점만 인지하면 된다.

그런데, 이 세계관이 상당히 거북하다. 거의 여자를 출산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9/11 테러로 미국이 무너져 무슬림이 미국을 점령하면 이런 사회가 되지 않을까하는 바로 그런 세상이다. 책을 끝까지 다 읽게 되면 이해하게 되겠지만, 이 쿠데타는 무슬림이 아니라 기독교 원리주의자 집단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여러 종교의 공통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은 후 검색을 해보고 저자인 마가렛 애트우드Margaret Atwood는 캐나다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분은 왜 자신의 조국은 그대로 두고 옆 나라를 이 지경으로 묘사해 놓았는 지 모르겠다. 보통, 이런 세계관을 주입하는 것은 자신이 가장 익숙한 나라인 경우가 많은데...

남자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시녀 이야기』는 좀 지루한 감이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열광하는 이야기는 이러한 말도 안되는 세계에 갖혀 있다가 각성을 하여 능동적이고 계획적으로 탈출을 하거나 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시나리오인데, 『시녀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당연히 싫어하지만) 담담히 받아 들이는 쪽을 택한다. 이렇게 받아 들이면 액션 영화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일대기가 되어 버린다.

검색해 보고 알게된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이 책이 씌여진 것이 1985년도이고 1990년대를 그렸다고 한다. TV시리즈가 등장한 것이 비교적 최근이라 21세기 초중반 정도를 다룬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