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현대미술』 수지 호지

적어도 20세기 전에 만들어진 미술 작품들은 별다른 지식없이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배경 지식이 있으면 좀 더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심미적인 측면에 감동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에 탄생한 미술 사조들은 관객들에게 뭔가 생각을 강요한다. 아마추어들에게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어쩌다 현대미술』은 이렇게 현대 미술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간된 책이다.

책의 구성 방식이 매우 톡득하다. 우선 사조에 따라 인상주의부터 미술의 역사를 살펴 나간다. 인상주의는 현대미술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독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지점부터 설명을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같다. 그리고, 다시 작품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을 하고, 그 다음엔 작품의 소재와 테마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법에 대한 설명을 한다. 나에게는 꽤 신선한 방식이었다.

설명 그리 어렵지는 않다. 오랜만에 곰브리치 미술사의 뒷부분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에서 설명해주는 바를 이해할 수는 있는데, 책을 읽은 후에 현대미술에 대한 감상법이 향상되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려울 것같다. 오히려, 의문점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그래서, 현대미술은 그저 전공자들의 영역으로 남겨놓을까 한다. 난 여전히 20세기초나 19세기말에 탄생한 인상주의나 후기인상주의 작품들을 보며 붓터치를 살펴보는 즐거움, 그 이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