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언더케이지 TFX4450H, 3주 사용기

2014년에 LG에서 그램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꽤나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출시했을 때, 제대로 꽂혀서 바로 바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벌써 6년전의 일이다. 얼마 전까지 이 녀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성능상의 답답함을 크게 느낀 후, 다음 프로젝트에는 최신 노트북을 가지고 조인하겠다는 생각으로 새 노트북을 하나 장만하였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한성의 언더케이지 TFX4450H.

한성 언더케이지 TFX4450H를 구입한 이유는 가벼우면서 AMD 르누아르 CPU를 탑재한 14인치 노트북이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몇 안되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AMD 르누아르 CPU를 탑재했으면서 1.0kg 미만을 검색했는데 부합하는 제품이 하나도 없어서, 1.1kg 정도까지는 허용하겠다는 자세로 찾으니 한성 제품들이 검색된 것이다.

우선 만족스러운 점부터 밝히자면, 성능이 상당히 우수하다. 윈도우를 설치한 후에 설치한 프로그램이 얼마 없어서인 지는 모르겠지만 부팅속도부터 6년전에 사용했던 그램을 압도한다. 심지어 AMD 라이젠 2200g CPU를 사용하고 있는 나의 데스크탑 보다도 훨씬 빠르다. 부팅속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실행속도도 훨씬 빠른 것같은 착각이 든다. 아닐거야. 아니겠지? 내 불쌍한 데스크탑! ㅜ.ㅜ

디스플레이 또한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기존 그램은 글래어 패널이라 어두운 곳에서 내 얼굴이 반사되어 화면 보는데 살짝 방해가 되었지만, 한성의 언더케이지 TFX4450H는 안티글래어 처리가 되어 있어서 그런 불편함이 없다. 정밀하게 불량화소 체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3주 조금 넘게 사용하면서 불량화소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화질이나 밝기 자체도 영상을 시청하거나 코딩을 할 때 불편함이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램 1세대 노트북에서 발견되곤 했던 화면의 고스트 현상도 없다.

우려했던 키보드 키감도 나쁘지 않았다. 한성 노트북의 키감이 워낙에 악명높아서 우려를 했으나 실제로 타이핑을 해보니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원래 낮은 프로파일의 노트북 키보드 키감을 선호하는 편이라 데스크탑에서도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키감에 대해서 그리 예민한 편은 아니라 그런지 딱히 불편함을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동안의 불만 사항 때문에 개선된 것일 수도 있겠다.

유선랜 포트가 장착되어 있는 점도 장점이다. 흔히 울트라씬 디자인으로 나오는 최근 경량 노트북들은 두께를 줄이기 위해 유선랜 포트가 없이 출시되는 경향이 있다. 평소에는 무선랜으로 충분한데,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려고 한다면 유선 랜포트가 절실하기 때문에 만약 안달려 있으면 USB 포트에 꼽는 외부 유선 랜포트라도 구입할 생각이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포트가 적절하게 위치해 있다. 오론쪽에는 HDMI, USB3.0, USB-C, 그리고 왼쪽에는 방금 언급한 유선 랜포트, USB2.0과 USB3.0 포트가 하나씩 있고, 해드폰 단자가 위치해 있다.

이제부터는 불만족스러운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역시, 디자인이 가장 거슬린다. 구매할 때부터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램 1세대 사용자 입장에서 이렇게 아저씨들이나 가지고 다닐 디자인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그나마, 제품을 받고 보니 생각보다는 덜 못생겨서 다행이랄까.

전원 어뎁터가 상당히 거대하다. 원래 노트북 어뎁터들이 이 정도 크기가 아닐까 싶기는 한데, 그램의 앙증맞은 어뎁터를 보다가 이렇게 묵직한 녀석을 보니 적응이 안된다. 노트북을 가지고 외부에 나갈 때는 당연히 어뎁터까지 챙겨야 하는데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전원 단자가 노트북 오른쪽에 위치한 것도 불만이다. 이제까지 내가 사용했던 노트북들은 왼쪽에 전원 단자가 위치해 있었고 이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른쪽에 있다고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이것이 불만인 이유는 침대 왼쪽에 콘센트가 있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은 길어야 2시간 정도이기에, 사용할 때는 빼고 쓰다가 다 사용하고 다시 충전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확실히 오른쪽까지 끌어와서 연결해 쓰니 상당히 불편하다.

블루투스 안테나 위치도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영상을 시청할 때 노트북을 파지하는 방법은 배 위에 올려 놓고 양손으로 노트북의 본체 양쪽으로 잡는 것인데, 오른쪽을 이런 식으로 잡고 있으면 블루투스가 끊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당연히 블루투스 헤드폰을 사용하고 있으면 소리가 끊긴다. 이게 상당히 짜증난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터치패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엘렌이나 시넵틱스사의 제품이 아닌 듯하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정밀한 세팅을 할 수가 없다. 특히, 난 터치패드의 오른쪽 측면을 이용해서 스크롤을 하는 기능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인데, 이 기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우선은 두 손가락으로 스크롤하는 기능으로 사용하고는 있는데, 침대에 누워서 사용할 때는 두 손가락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전반적으로 보면, 성능 측면에서는 크게 만족하는 반면, 자잘한 편의기능에서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신 비용을 20여만원 정도 아꼈다고 생각하니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자잘한 편의기능에 대한 불만은 침대에서 누워서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사용할 때 느껴지는 것이지, 프로젝트에 조인해서 코딩할 때는 위에서 언급한 불만사항들이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업무용으로만 쓰려고 했다면 그냥 경량 노트북 찾을 필요도 없으니 업무에서는 불편이 없다고 넘어갈 요소는 아니다.

장착된 램이 8GB에 불과해서 그냥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때는 상관없지만, 코딩을 하거나 본격적인 업무를 할 때는 다소 부족한 수준이라 추가로 16GB 램을 달아서 24GB로 사용할 예정이다. 저장미디어는 HP사의 250GB SSD가 장착되어 있다. 120GB 정도를 잡아서 C 드라이브로 잡았고, 나머지는 D 드라이브로 잡았다. 업무상 용량이 부족해질 가능성은 없고,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도 영상 파일을 노트북에 쌓아둘 일은 없기 때문에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노트북은 딱히 정이 안가기도 해서, 4년 정도 사용 후에 바꿔줄 예정이다. CPU의 발전 속도가 더딘 시대기는 하지만, 6년이 지나니 확실히 답답하긴 하더라. 정이 가고 안가고를 떠나서 노트북 교체 주기는 4년이 적절한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