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모험』 스티븐 슈워츠먼

『투자의 모험What It Takes』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이 어떻게 조그마한 블랙스톤을 지금의 블랙스톤으로 키워 왔는가를 다룬 자서전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라고 하면 국내에서는 그리 좋은 이미지는 아닐 것이다. 근래에는 라임 자산운용이라든지 옵티머스 자산운용같이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들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조금 과거로 돌아가면 97년 외환위기 때 외환은행으로 제대로 한탕하고 나간 론스타가 떠오르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블랙스톤은 국내에서 이미지가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계 최대규모임에도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 국내에서 그리 큰 규모의 딜이 발생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모펀드가 하는 일, 즉, 특정 소수로부터 펀딩을 받아서 그 돈으로 회사를 인수한 후에 키워서 비싼 가격에 되파는 일을 한다.

블랙스톤에서 이뤄낸 여러 가지 빅딜이 꽤나 스릴 넘치게 씌여져 있다. 일반적으로 자서전 격의 책이 그리 재미있지는 않지만, 『투자의 모험』은 꽤 흥미진진하며 책장이 잘 넘어 간다. 꽤 두꺼운 책임에도 읽는데 부담도 없고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설립 초기 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벅차했던 블랙스톤에게 구세주같이 등장한 곳이 일본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미국 진출을 원하지만 현지 인재 고용이나 미국 문화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니코증권의 니즈를 파악하여 니코증권이 속해있던 미쯔비시 그룹에서 엄청난 수준의 펀딩을 받으며 블랙스톤은 사모펀드다운 규모를 만들었다.

블랙스톤의 초기에 일본이 있었다면 후반기에는 중국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업고 중국 금융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슈워츠먼의 탁월한 네트워크가 작용을 한 것이다. 커리어를 월스트리트에서 시작하여 잔뼈가 굵었던 슈워츠먼은 이런 쪽으로 꽤나 재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돈을 잘 굴리는 것도 능력이지만 펀딩을 받는 것도 능력이다. 슈워츠먼과 블랙스톤은 펀딩을 받는 능력도 탁월했고, 돈을 굴리는 능력도 탁월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사모펀드가 된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는 파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개인투자자가 이 책을 읽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무래도 굴리는 돈의 사이즈가 크게 차이가 나다 보니 덕담같은 충고들이 잘 와닿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스타트업 창업자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같다. 돈을 굴리는 방법 보다는 펀딩을 받는 부분이 좀 더 강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