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원칙』 래리 하이트

래리 하이트라는 이름이 익숙하다면 아마도 잭 슈웨거가 쓴 『시장의 마법사들』을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나도 『시장의 마법사들』을 읽기는 했지만 래리 하이트라는 이름이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 워낙에 많기도 하고, 그 인물들과 그들의 투자/트레이딩 방식을 연관 짓는 것도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부의 원칙』은 『시장의 마법사들』로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고 있는 래리 하이트가 자신의 트레이딩 일대기를 기록한 책이다. 당연히 래리 하이트 본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고, 그가 했던 성공 방식이었던 추세 추종 전략이 좀 더 강조되어 있다.

『부의 원칙』을 관통하는 한 단어를 꼽자면 단연 "통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전쟁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투자/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패배는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패배를 했다고 해서 그 전략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단지 이번에만 통하지 않았다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생에서 여러 번 패배를 경험했기 때문에 트레이딩에서의 패배에 오히려 의연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겸손함은 래리 하이트가 『부의 원칙』에서 말하고자 하는 또 다른 조언이다. 패배를 두려워 하지도 말고 낙심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는 점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이다.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 갓 뛰어든 이들이 추구하는 바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절대적인 전략이나 모델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복잡계로 이루어진 금융시장에서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정말 확실해서 올인을 하겠다는 의지, 또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거나 다시 수익으로 전환될 때까지 팔지 않겠다는 의지, 이런 것은 투자나 트레이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자나 트레이딩에서 살아남기 위한, 더 나아가 성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자세는 실패를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여러 번 실패해도 괜찮을 만큼 베팅 규모를 줄이고 손절을 해야 한다. 아마도 이 책을 읽더라도 이것을 자신의 투자나 트레이딩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모든 것을 잃어 보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래리 하이트가 말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래리 하이트의 일생에서 경험했던 여러 가지 패배를 내가 겪게 된다면 과연 래리 하이트 처럼 불굴의 의지로 성공을 위해서 정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배울 점은 인생의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뚝심일 것이다.

래리 하이트가 말하는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 중, 여러 가지 시장을 모두 살펴보고 전략을 짠다거나, 베이지안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등은 내가 추구하고 실행하고 있는 방향과 유사점이 많아 다소간의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난 추세추종 전략만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평균회귀 전략도 구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때가 오면 크게 베팅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성하게 된다. 스케일업이 가장 어려운 것같다. 여유가 되면 『시장의 마법사들』에서 래리 하이트 분량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데이트를 할 때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통계적으로 접근하라는 조언은 약간 피식했다. 백화점에서 다짜고짜 여자들에게 말을 걸어서 커피 한잔을 제안해보고 안되면 다른 여자에게 해보라고 하는데, 아마도 지금 우리 나라 백화점에서 그러 짓을 했다가는 당장 보안 요원이 달려와 쫓아낼 것이 분명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