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십육계 제24권 『가도벌괵』 풍병서

거의 10개월만에 소설 삼십육계 시리즈를 이어 읽었다. 이번에는 제 24권 『가도벌괵』이다. 가도벌괵이라고도 하고 가도멸괵이라고도 하는 이 계략은 삼십육계의 혼전계 여섯 가지 중 마지막에 해당한다.

소설 삼십육계는 실제 삼십육계와 다른 역사적 단편을 끄집어 내어 이야기를 풀어 내기도 하는데, 이번 『가도벌괵』편은 그대로 우나라와 괵나라의 역사를 언급한다. 딱히, 피할 방법도 없을 것같다. 바로, 우나라에게 길을 빌어 괵나라를 치고 돌아 오는 길에 우나라도 점령해 버리는 진晋나라의 이야기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는 그 진秦나라가 아니다.)

어쩌면 방어하는 쪽 입장에서는 순망치한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우나라의 왕이 옥을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옥에 눈이 멀어 바보같이 길을 터주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려 버린다. 마치 왜나라가 명나라를 치겠다며 조선에게 길을 빌려 달라고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인데, 다만, 왜나라는 우리를 겁박했고, 진나라는 우나라의 환심을 샀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당시의 상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으나,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어리석은 결정이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우나라의 왕과 괵나라의 왕은 이 전까지 꽤 사이가 좋았고, 심지어 서로 왕비를 바꾸는 해괴망측한 사건도 있을 정도였다. 바꾼 후에 서로 만족했다고. 나라를 다스리는 쪽으로 이런 혁신적인 생각을 했으면 춘추시대의 지도는 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