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승부사들』

투자나 트레이딩에 성공한 인물들을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만든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시작인 『시장의 마법사들』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 이후로 국내 투자자/트레이더들 중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이 나온 적도 있다.

『주식시장의 승부사들』도 같은 카테고리에 포함시킬 수 있는 책이다. 『주식시장의 승부사들』의 차별화된 점이라면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개인 투자/트레이더로 명성을 날린 분들이라는 점,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체적으로 기본적 분석 보다는 기술적 분석을 위주로, 투자 보다는 트레이딩으로 자산을 형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주구장장 가치 투자 하라는 잔소리에 진절머리를 느끼는 슈퍼 트레이더 지망생들이 읽으면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저자의 이름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지만, 필명이나 닉네임을 더 강조했다면 책이 더 잘팔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가장 먼저 나오는 트레이더인 한봉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누구인지 별로 감흥이 오지 않겠지만, "마하세븐"이라고 소개했다면 이름을 듣자 마자 독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스켈핑으로 유명한 바로 그 분이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이 분의 스켈핑 실력을 배울 수는 없다. 스켈핑은 가르쳐 줄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아마, 이 분이 스켈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김형준 님도 요즘 YouTube를 시작하셔서 나에게는 익숙한 분이다. 그래서 더 반갑다. 역시 실명보다는 "보컬"님으로 더 잘 알려지신 분이다. 책 내용보다는 YouTube에서 가감없이 어려운 시절까지 썰을 잘 풀어 주셔서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다.

책에는 총 일곱 명의 전설적인 트레이더들이 등장하지만 내가 알고 있었던 분은 위 두 명 뿐이었고, 다른 분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미 어떤 형태로든 접한 바가 있음에도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원래 다른 사람의 트레이딩이나 성적에는 별로 관심을 안갖는 편인지라...

평소에 선물옵션 시장에서 특정 종목들을 집중 분석해서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었고, 최근에서야 상한가따라잡기 전략을 사용하면서 종목 선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입장이라, 일곱명의 S급 트레이더들이 알려주는 종목 선정 팁 같은 것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를 들면 세 번째로 등장하는 "밀레" 강창권님은 2-5% 정도 갭상승 출발하여 거래량이 많아지며 말려 올라가는 종목 위주로 선정하는 방법을 소개해 주었다. 물론, 나와는 타임스케일이 다르니 나의 방식대로 소화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백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월가호랑이" 이상기님이 언급하신 매도 타이밍은 메모해 두었다가 적용해볼만한 이야기였다. 신용공여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인데, 신용공여 잔고 추이가 급격히 상승하다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때 기관/외국인들은 매도 포지션을 변한다고 한다. 평소에 크레딧 관련 데이터는 잘 보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분석을 해봐야겠다.

세상에는 주식 잘한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 정말 잘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투자/트레이딩에 관심을 끄고 있는 이유도, 이들 중에 "찐"을 골라야 하는 필터링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필터링을 대신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트레이딩을 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이 일곱 명의 에이스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 중에 도움이 될 만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