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다른 증권사로 외화이체하기
꽤 오랫동안 교보증권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조건으로 협의수수료를 적용받아 해외선물 계좌를 운영해 왔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한국투자증권에서 한시적이긴 하지만 더 괜찮은 조건의 수수료를 적용해준다고 하여 지난달 말경에 계좌를 열었다. 문제는 교보증권에 있던 외화자산을 한국투자증권으로 어떻게 옮기느냐였다.
원화 현금일 경우 그냥 별 조건없이 옮기면 된다. 증권사에서 바로 증권사도 옮겨도 되고 은행을 통해서 옮겨도 된다.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 것이 교보증권의 달러화를 모두 원화로 환전하여 이를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긴 후 다시 환전을 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모든 외환거래에가 그러하듯, 달러를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이 다른, 즉, 달러 스프레드로 인하여 부담스러운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달러화 그대로 이체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나의 기나긴 고난이 시작되었다.
교보증권 영업점 방문
우선, 교보증권에서 달러화 이체를 시도해 보았으나 원화 이외의 현금은 약정된 계좌로만 이체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뿜으며 이체가 거부되었다. 그래서 한국투자증권의 계좌를 등록하려고 하니 보안카드나 OTP가 발급된 계좌여야 외화출금계좌를 등록할 수 있다고 한다. 난 은행에서 연계계좌로 만들었기 때문에 결국 보안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교보증권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사무실에서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강남역 인근의 교보증권을 방문했다. 정확한 지점명은 잘 모르겠다. 지점 통폐합 때문인지 지도에서 찾아보면 꽤 다양한 지점명을 가지고 있다. 보안카드 발급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어나려는데 혹시 안될 지도 모르니 해보라는 창구 직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그 자리에서 시도를 해보니 여전히 안되는 것이 아닌가! 직원은 그냥 은행이 아니라 증권사로 직접 이체는 안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 점심시간이 꽤나 흐른 뒤였다. 이것이 4월 8일에 있었던 일이다.
교보증권 은행연계계좌를 비대면계좌로 전환
다음날 우리은행에 들러 외화통장을 발급받았고, 이제 보안카드가 있으니 다시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실패, 거부 메시지를 자세히 읽어 보니 은행연계계좌라 안되는 것같다. 그래서,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연계계좌를 비대면계좌로 변경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해 보았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여는 것이 가능해 지면서 증권사들이 부쩍 은행연계계좌를 비대면계좌로 바꾸라고 홍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프로세스는 꽤 잘 되어 있다. 내 은행연계계좌 또한 비대면계좌로 무리 없이 변경되었다.
사실 이 계좌를 꽤 오래전에 만들기도 했고, 당산역지점에서 관리받고 있다가 본사 해외파생영업부던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 계좌가 은행연계 계좌였다는 것도 이 과정을 통해서 생각났다.
비대면 계좌로 변경이 된 후에 한국투자증권 계좌가 약정계좌로 등록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증권사에서 증권사로 직접 보내지 못하고 은행을 거쳐야 한다는 교보증권 창구 직원의 의견은 사실이 아니었다. 증권사에서 증권사로 다이렉트로 보낼 수 있는 듯하다.
한국투자증권으로 들어간 자금이 외화상태로 출금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제로 달러화 이체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한국투자증권에 방문해서 이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마음 편안히 거래를 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투자증권 방문
거의 일주일이 지난 어제 한국투자증권에 방문하였다. 이번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하였고, 방문한 영업점은 삼성동PB센터였다. 애초부터 한국투자증권은 모바일에서 외화출금계좌 등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고, 출금 계좌를 등록할 때마다 방문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차후에는 온라인으로도 약정계좌를 등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점도 계속 없어지는 마당에...
한국투자증권 해외선물계좌는 비대면계좌로 만든 것이어서 무리없이 교보증권계좌와 우리은행계좌를 등록할 수 있었다. 다만, 다른 이유로 시간이 좀 지체되었는데, 내가 이벤트 신청한 해외선물계좌가 어떤 것이었는지 몰라서 이걸 물어봤더니 영업점에서도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본사에 전화해서 알아봐야 했다. 사실, 한투 본사에 지난 주에 확인을 한 사항이긴 한데, 영업점에서 직접 대면해서 확인받고 싶었던 이유가 컸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온 김에 안쓰는 계좌 세 개를 해지하였다.
마침내 주거래 증권사 변경
실제 테스트와 최종 출금은 다음날인 오늘에서야 마무리 되었다. 어제는 진이 빠지기도 했고, 출금시간이 16시까지여서 좀 빠듯했다.
교보증권에서 한국투자증권으로 적당한 금액을 테스트 용으로 출금하여 보았다. 수수료는 500원이 들었고, 성공적으로 이체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음으론 한국투자증권에서 우리은행계좌와 교보증권계좌에 이체를 신청해 보았고 모두 성공적으로 이체되었다. 수수료는 700원씩이었다. 이렇게 해서 모든 과정을 확인한 후, 최종적으로 교보증권에 보유중이던 달러화의 대부분을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체하며, 성공적으로 해외선물 주거래 증권사를 변경할 수 있었다.
해외선물용 서브 계좌를 만들 때는 그냥 큰 금액이 아니라 일부만 환전하여 입금하고 원화대용방식으로 운영했었는데, 주거래 계좌를 옮기려다보니 일이 여기 저기 방문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도 많이 소비하고 지난한 과정이었다.
한국투자증권에 비대면으로 계좌를 새로 열고 이벤트로 수수료 신청을 한 것이 3월 26일이었으니, 트레이딩을 위한 준비에만 무려 3주나 걸린 셈이다. 물론, 옮기지 않는다고 해서 거래를 못하는 것도 아니니 좀 늑장을 부렸기 때문이지만, 절박하게 이 과정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일주일은 걸렸을 것이다. 영업점에 방문해도 창구 직원이 이런 외환업무에 모두 능숙한 것은 아니라 당사자인 나 또한 정보를 이리저리 찾아 보며 함께 이 난관을 극복하는 느낌이었다.
외화입출금을 위한 가상계좌
위에 언급되지 않은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교보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모두 외화입출금용 가상계좌가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일반적으로 MTS나 HTS에 보여지는 계좌번호 말고 다른 계좌번호를 알고 있어야 외화 입출금을 할 수 있다.
이 계좌번호는 우연인지 교보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모두 우리은행의 가상계좌였다. 증권사 계좌로 직접 입출금이 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외국환거래법에 의해서 이렇게 해야 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하는 것이 번거로운 과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전에 SC제일은행에서 교보증권으로 달러화 이체를 시도했을 때 거부되었던 것도 이 외화계좌를 적지 않고 MTS/HTS에 보이는 일반 계좌번호를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테스트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