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신자들』 에릭 호퍼

『맹신자들』이라는 매력적인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독자라면 당연히 자신은 맹신자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저자인 에릭 호퍼Eric Hoffer가 잠재적으로 맹신자가 될 수 있는 부류에 포함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맹신자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다른 것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 성향을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이며 전망이 자기를 바칠 가치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신흥 종교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나 절망에 빠져 생존의지가 박약한 사람들을 노려서 세를 규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만 맹신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선 이미 맹신자들이나 맹신자가 될 부류들을 열거하기 시작한다. 가난한 사람, 부적응자, 이기적인 사람, 야심가, 소수자, 권태에 빠진 사람, 죄인 등 나열하다 보니 여기에 하나도 걸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나 가장 많이 포함될 것같은 이기적인 사람에 대한 이유를 살펴 보면, 지나치게 이기적인 사람은 스스로에게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이 이타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에 실망한다고나 할까. 잘 공감이 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경우가 매우 많다고 하니 이기적인 사람의 부류에 속하는 내 입장에서는 맹신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은 맹신자가 되는 트리거를 설명한다. 그런데, 맹신자가 될 트리거는 정말 널려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을 조직과 동일시 한다거나, 증오라는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설득과 강압, 지도자의 매력, 의심 등으로 인해 맹신자가 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종교적인 맹신자에 대한 대목이었다. 일반적으로 종교적 맹신자는 겸손해 보이지만, 자신의 희생 자체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기에, 교만함에 빠지기 쉬우며, 자신과 종교가 다른 사람을 열등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시작과 끝"이라는 섹션에서는 대중 운동이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결말에 다다르는 지를 설명한다. 이 전 섹션까지는 맹신자들에 대해서 다소 비판적인 시각이었다면, 마지막 편에서는 대중 운동을 주로 다룸으로써 상당히 중립적인 시각이 느껴진다. 무엇인가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저자에 따르면, 대중 운동은 주로 지식인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광신도들에 의해서 실현되며 이를 굳건히 다져나가서 산업화시키는 것은 행동가에게 달려 있다. 최근에 벌어 지고 있는 대중 운동들을 이 이론에 대입시켜 보면 기가 막히게 맞아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대입해본 대중 운동을 특정하지는 않겠다.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한 문장 한 문장에 깊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 예전에 읽었던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프로파간다』 만큼이나 인상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