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코 F3 5일 사용기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등장한 이후 아이폰4부터 10년 이상 외도없이 iOS가 탑재된 아이폰만 사용해 오다가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기기변경을 하게 되었다. 아이폰이 탄생시킨 노치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몇 년동안 계속 고수해 오고 있는데다가 금년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고민끝에 나의 첫 번째 안드로이드 폰은 샤오미의 POCO F3로 결정하였고, 약 5일간 사용했던 경험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POCO F3의 색상 중에 화이트를 선택했는데, 옳바른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유광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이 뒷면에 의외로 손자국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좀 만지다 보면 손의 유분으로 인해 얼룩진 모습이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나마 화이트라 봐줄만 한 것인지 화이트라 더 도드라 보이는 지는 모르겠다. 다행스러운 점은 어설퍼 보이는 타이포그라피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폰트 크기가 좀 더 작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만족스러운 6.7인치 AMOLED 디스플레이
기존에 사용했던 아이폰8에 비해서 포코 F3는 6.7인치에 가까운 대화면을 자랑한다. 처음에 받았을 때는 정말 거대하게 느껴지지만, 이 대화면에 적응이 되어 버린 몇 시간 후에는 아이폰8의 디스플레이가 상당히 초라하게 느껴지는 역체감에 더욱 놀라게 된다.

처음으로 AMOLED 디스플레이 폰을 메인폰으로 사용하다보니 화질의 생동감이랄 지 압도적인 명암비랄 지, 이런 면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AMOLED의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번인이 얼마나 빨리 나타나느냐에 대한 우려는 우선 봉인해두고 화려한 색감을 마냥 즐기고 있다. 다만, 흰 바탕에 검은색 글씨의 경우 이상하게 글씨가 좀 입체적으로 보이는 이슈가 있는 듯하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화면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화면이 큰 만큼 기기 자체의 크기도 상당해서 자그마한 아이폰8을 사용하던 방식으로 포코 F3을 잡으면 조작이 상당히 버거워 진다. 파지법부터 다시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리고, 지문 센서가 사이드의 전원버튼에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 오작동을 유발하기도 하였는데, 예를 들면 폰을 잠궜다고 생각하고 주머니에 넣는 과정에서 지문이 인식되어 켜진 상태로 주머니에 들어가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안드로이드OS는 아직 어색하다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무지와 낯설음에 의해 발생하는 불편함은 상상이상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앱들에서 화면 왼쪽 모서리로부터의 스와이프 기능이 뒤로가기로 인식되지 않는 점이 가장 답답했다. iOS의 경우에는 이 스와이프 기능이 뒤로가기 버튼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결국 Quick Ball이라는 기능을 활성화 시켜서 왼쪽 화면 부근에 위치시킨 후에 뒤로 가기 버튼을 등록하여 스와이프처럼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앱들의 디자인이 디테일 측면에서 미려함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워낙 다양한 기기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니 이해는 하는데, 가로세로 비율이 깨져서 늘어져 보인다거나 픽셀이 좀 삐져나오는 등의 화면을 볼 때마다 iOS가 그리워진다.
반면에 안드로이드폰의 장점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File 엑세스가 상당히 편하다는 점이다. iOS의 경우에는 폐쇄성의 극단을 보여줘서 사용자 마저도 내부의 파일구조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 안드로이드 OS는 이 당연한 것을 여러 가지 앱들이 지원을 해주기도 하고, PC와의 연결도 원활했다. 더 나아가 PC와 유선으로 연결할 필요성 자체가 없었다. 내부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손쉽게 File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iTunes에서 벗어나니 이렇게 쾌적할 수가 없다.
아직은 iOS에서 사용하던 방식을 그대로 안드로이드폰에 대응시키느라 불편한 점이 많고, 오히려 안드로이드의 장점을 극대화시키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 안드로이드의 UI/UX에 익숙해지고 지식도 쌓이면 좀 더 편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다음에 다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게 되면, 내가 설치했던 앱의 설정 등은 구글 드라이브에 백업/되돌리기가 되는 걸까? iOS에서는 클라우드에 이 설정이 백업되어 새로운 아이폰으로 바꾸더라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OS가 바뀌면서 사용하던 앱을 하나하나 다시 설치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또 이 작업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샤오미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지 구글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지에 따라서 달라질 듯하다.
무선 충전이 그립다
추가적으로 포코 F3 자체의 단점을 하나 꼽자면, 역시 무선 충전이 안된다는 점이 가장 불편하게 다가온다. 이 녀석이 플래그쉽이라기 보다는 가성비를 앞세운 폰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나 APU 등은 괜찮지만 무선충전 등의 편의기능은 상당 부분 빠져 있다. 가격을 생각하면 이런 불평을 하면 안되는데, 워낙에 익숙하고 편하게 사용했던 기능이라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온다.
카메라도 최신 아이폰에 비해서 초라한 수준이지만, 찍어 보니 기존 사용하던 아이폰8과는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아서 그냥 무난히 사용할 만하다. 평소에 자그마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기도 해서 나에게는 그리 큰 단점은 아닌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