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크론 K3 V2 옵티컬 블루, 일주일 사용기
평소에 노트북 키보드 같은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를 선호해 왔고 딱히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키보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퇴근할 즈음에 오른쪽 어깨가 결려오는 통증 때문이었다. 원인을 알아 보니 오른손이 키보드와 마우스 사이를 수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토핫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키 리맵핑을 하여 키보드 내에서의 이동을 최소화하였다. 동시에, 펜타그래프 미니키보드를 구입하여 키보드와 마우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작업을 병행해 왔다.

비교적 저렴한 펜타그래프 방식의 미니키보드로 테스트를 해본 결과 풀사이즈 키보드가 아니라도 특별한 문제 없이 윈도우 OS를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마침내, 목표로 하였던 키크론 K3 옵티컬 블루를 구입하였다. 품절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버전2로 돌아온 후 얼마 안되서 구입을 한 셈이다. 지난 금요일에 도착하여 약 일주일 정도를 사용해본 결과를 기록해 놓고자 한다.
키크론 K3는 기계식 스위치인 게이트론과 (기계식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기계식으로 분류하고 있는) 자체 제작 광축 스위치 중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고, 두 옵션 모두 다양한 옵션의 스위치 옵션을 제공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광축인 옵티컬 스위치이고 그 중에서도 클릭키한 타입의 청축이다.
상당히 압축된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는 점 이외에도 Low-Profile 스위치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현존하는 기계식/광축 스위치 방식의 키보드 중에서 가장 얇은 높이를 자랑한다. 평소에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를 사용해 왔기에, 기계식 키보드도 (펜타그래프 방식 만큼 얇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얇은 타입을 추구한다. 이거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던데, 내 취향이 좀 독특한 것같다.
우선 낮은 키보드 높이 덕에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 만큼이나 미려한 외관을 뽐낸다. 사실 내가 기계식 키보드를 이제서야 접하게 된 이유는 기존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감에 딱히 불만이 없기도 하거니와, 육중한 모양의 기계식 키보드의 외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외로 키보드의 디자인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자각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이런 형태의 키감을 처음 느껴보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이질적이었지만 곧 완벽히 적응해서 잘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직전에 사용했던 샤오미 미니 키보드의 키압이 너무 강해서 손가락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었는데, 키크론 K3 옵티컬 블루의 키압은 우려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이고 딱 마음에 드는 키압이다.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에서 종종 동시입력에 실패하는 상황에 직면하곤 했지만, 키크론 K3는 기계식 키보드로 분류되는 만큼 당연히 그런 걱정없이 마음 껏 여러 키들을 한 번에 누를 수 있다. 게임을 안해서 동시입력이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지만, 오토핫키를 이용하여 다소 복잡한 키 리맵핑을 하다보니 동시입력이 안되서 리맵핑한 키가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여기까지가 장점이고, 이제부터 단점을 언급해 보자면, 우선 클릭키한 키감이 의외로 거슬리는 경우가 있다. 남들이 타건을 할 때 클릭키한 소리가 나는 것은 듣기도 좋고 멋있어 보이는데, 내가 타건을 할 때마다 이런 소리가 나니 좀 신경이 쓰인달까. 다행히 로우-프로파일이라 소리가 그리 크지는 않고 엄청 싫은 정도도 아니며 계속 사용할 수록 적응이 되고 있다. 그리고, 축 변경이 가능한 키보드이니 옵티컬 적축/갈축을 구입하여 변경을 해볼 예정이다. 이렇게 나도 커스텀질을 하게 되는구나.
배터리 시간이 의외로 짧은 것도 큰 단점이다. 적어도 일주일은 버텨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일요일에 풀충전을 한 후 목요일 오전쯤에 빨간불이 껌벅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배터리 부족 시그널이다. LED도 안켜고 사용하는데 이 정도로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는 것은 키크론의 배터리 관리 기술이 부족하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내가 키보드이 전원 절약 옵션을 헤제하고 사용하긴 한다.
키캡의 질감도 다소 이질적이다. 우선 PBT 재질의 키캡이 아니란 사실은 구입 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누군가 표현하길 끈적거리는 느낌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그것이 어떤 느낌을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끈적거리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단점이 쉽게 넘길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긴 하지만, 무선을 지원하는 로우-프로파일 미니 키보드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키보드가 현재로서는 키크론 K3 뿐이라 그저 감사하게 사용할 예정이다. 기계식 키보드 치고 엄청 비싼 수준도 아니기에 가격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