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는 아마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블랙 위도우만을 다룬 솔로 영화가 없었는데, 이제서야 등장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작년에 개봉이 될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기다린 시간이 긴 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 2년만이다.

물론, 어벤져스엔드 게임에서 블랙 위도우는 죽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 블랙 위도우는 그녀가 죽기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직전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그녀의 어린 시절과 그녀를 탄생시킨 러시아의 레드 룸이라는 조직을 파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어렷을 때 그녀와 비슷한 고난을 겪었던 가짜(?) 동생 엘레나가 함께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엘레나의 계획에 나타샤가 합류한다.

나타샤의 활약상을 멋지게 표현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지만, 그녀가 타의에 의해서 스파이로 양성되기 위해 겪었을 고난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두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영화 전반을 무겁게 가져가지 않는 MCU 특유의 유머코드를 잃지 않으면서 이를 표현하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엔드 게임에서 그녀의 죽음을 애석하게 생각한 수많은 팬의 입장에서 단비같은 영화다. 나타샤 로마노프가 다시 MCU 세계관에 등장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움을 달래주기에는 충분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