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넷사 퍼펙트 유브이 선스크린 스킨케어 젤 에이, 그리고 무기자차와 유기자차

시세이도의 아넷사 브랜드에 대한 나의 로열티는 매우 확고한 편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2004년부터 17년동안 여러 번의 리뉴얼이 있어 왔지만, 한결같이 아넷사 선블록만 사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이 로열티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다.

직전에 사용하던 제품은 "퍼펙트 UV 선스크린 스킨케어 밀크"였는데, 5월 1일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제품이 "퍼펙트 UV 선스크린 스킨케어 젤 에어"다. 그런데, 이 제품을 사용한 며칠 후부터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겉잡을 수 없이 피부가 뒤집어 졌다. 6월부터는 수시로 알로에베라 수딩 겔을 얼굴에 떡칠하다시피하며 피부를 진정시키는데 꽤나 많은 공력을 들였고,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은 상태로 돌아온 상황이다.

피부가 그럭저럭 회복된 후 원인 분석을 해보았다. 처음부터 선크림을 의심한 것은 아니었다. 환절기에 피부가 안좋아지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하기도 했고, 워낙에 이 브랜드 선블록에 로열티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공부를 하고 나니, 피부가 뒤집어진 원인으로 선블록을 지목할 근거를 찾았다. 물론, 100% 이 문제라고 장담할 수 있지만, 의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무기자차와 유기자차

시중에 워낙에 다양한 자외선 차단제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가장 큰 기준으로 나울 수 있는 것은 자외선 차단 방법에 의한 분류라고 할 수 있다. 화장품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것을 "유기자차"와 "무기자차"라고 줄여서 부르더라. "자차"는 자외선 차단제의 준말이겠고, 유기와 무기는 아마도 성분이 무기물인지 유기물인지를 구별하는 의미인 듯하다.

더 자세히 설명한 사이트도 많지만 공부한 내용을 요약을 해보면, 무기자차는 물리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얼굴에 도포한 선크림이 자외선을 반사해 버리는 방식으로 차단한다. 반대로 유기자차는 일단 자외선을 피부로 받아 들인 다음에 자외선을 열에너지로 전환하여 소멸시키는 방법으로 차단하는 방법이다.

설명만 보면 무기자차가 월등할 것같지만, 무기자차의 단점은 백탁현상이 일어나고 잘 펴발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무기자차" 계열의 제품들은 톤업이 된다는 쪽으로 오히려 단점을 마케팅요소로 삼는 경향이 있다. "유기자차" 계열의 선크림을 발라도 피부에 트러블이 없다면, 사용감이 좋은 "유기자차" 계열을 그냥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유기자차" 계열을 사용한 후 트러블이 일어난 경우다.

"무기자차"와 "유기자차"를 구분하는 방법은 성분표를 해석하면 된다. 화장품 성분표는 식약청의 감독을 받아 함량이 많은 것부터 기재되도록 되어 있다. 즉, 리스트 상단에 기재되어 있는 성분을 토대로 구분하면 된다. "무기자차" 선크림에 함유되어 있는 주요 성분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징크옥사이드"와 "티타늄디옥사이드", 이 두 가지만 알면 된다. 이 두 가지 중 하나, 또는 두 가지 모두가 성분표 상단에 기재되어 있으면 "무기자차" 계열이다.

반면에 "유기자차" 계열은 꽤 다양한 성분들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굳이 나열해 보자면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 벤조페논-3, 비스-에칠헥실옥시페놀톡시페닐트리아진, 아보벤존 정도가 있겠다. 너무 많으니, 그냥 무기자차용 성분이 상단에 기재되어 있는지를 보고 역으로 판단하는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선크림이 나의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라고 가정한다면, 5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퍼펙트 UV 선스크린 스킨케어 젤 에어"가 문제를 일으킨 이유도 아마 "유기자차"에 들어가는 성분들 때문일 것이다. 기존에 사용한 제품도 "유기자차"에 들어가는 성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무기자차"에 들어가는 성분들이 상단에 위치해 있고, "유기자차" 성분들은 뒤쪽에 위치해 있었다. 반면에, 이번에 트러블을 일으킨 제품은 "유기자차" 성분들이 앞쪽에 위치해 있다.

새로운 제품을 찾는 중

재택근무 덕분에 얼마 사용하지 않은 "퍼펙트 유브이 선스크린 스킨케어 젤 에이"는 앞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깝지만 무서워서 바르지 못하겠다. 가장 안전한 선택은 기존에 사용하던 다른 아넷사 제품을 다시 구입하는 것이지만, 이 참에 아넷사 브랜드 이외의 제품을 한 번 사용해볼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그저 브랜드만 믿고 제품을 구매하였으나, 이제는 성분표를 통해 내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과연 17년간 함께 했던 아넷사와의 이별은 성공할 할 수 있을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