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종말』 데이비드 싱클레어

선진국을 기준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대체적으로 80세 정도로 알려져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은퇴 계획을 수립했던 사람이라면 은퇴 계획을 다시 설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노화의 종말』에서는 인간의 기대 수명이 앞으로 120세나 150세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저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A. Sinclair는 매우 건강하게 이 수명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화의 종말』을 읽기 전에 인간이 수명을 제한하는 요소인 텔로미어와 활성 산소로 인하여 인간의 최대 수명은 120세 전후까지라고 알고 있었다. 닉 레인의 저서인 『산소』 를 읽은 후 알게된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기존에 알려진 이러한 지식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아마도 최근 연구 결과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같다.
이 외에도 『노화의 종말』을 읽은 후에 잘못 알고 있거나 최신 정보가 아니었던 사실을 업데이트한 것이 많다. 예를 들면 노화의 유일한 원인이 돌연변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노인의 경우 젊었을 때보다 망가진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다. 하지만, 이것도 노화의 본질은 아니며 엄밀히 말하자면 망가진 미토콘드리아를 복구하는 프로세스가 동작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복제양 돌리를 비롯한 복제된 동물이 복제되었을 당시부터 이미 나이를 먹은 상태라는 사실도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이미 연구를 통해서 이것이 잘못되었음이 밝혀 졌는데 공식적인 웹사이트에서 조차 이러한 사실이 고쳐지지 않아 대중들에게 잘못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인류는 양을 비롯해 소 마저도 제대로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게 더 무서운데? 사람도 복제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면 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후성유전학에 대하여 언급을 한다. 사실, 후성유전학은 처음에는 괄시를 받아다가 최근에 갑자기 촉망받는 분야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는 꽤나 다양한 후성유전체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결론만 요약하자면 적절한 활동과 적절한 영양분 섭취를 통해서 노화를 막거나 더 나아가 회춘을 할 수 있으며, 결론적으로 인류는 평균 120세, 또는 평균 150세의 수명을 갖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그 끝이 어딘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돌기 직전이거나 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의 1/3도 살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뭔가 건강을 좀 더 챙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러한 독자들을 위해서 저자가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는 몇 가지 생활 방식이나 섭취하고 있는 약 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하다 잘못되도 책임을 지지는 않겠다는 말과 함께.
그 중 하나가 몸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너무 안락한 생활을 하기 보다는 생명의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혹독한 환경에 종종 노출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겨울에 따뜻한 방안에만 있지 말고 좀 나다니라는 뜻이다. 역시 최근에 학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느 호르메시스 관점이다. 운동은 말할 것도 없다.
생활 패턴보다 더 흥미로웠던 쪽은 노화 방지 차원에서 저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는 약에 대한 내용이었다. 크게 두 가지에 관심이 갔다. 하나는 2형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메트포르민이다. 당뇨병을 위한 약인데 노화 방지용으로 쓰이다니! 심지어 합병증이 없다면 당뇨 환자가 비당뇨 환자보다 평균 수명이 더 긴데, 이것의 원인이 메트프로민 때문일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따로 검색을 해보니 효과와 부작용이 명확한 약이고 국내에서 당뇨병이 아닌 사람이 복용하기 위해서는 비급여로 의사의 처방전을 받으면 된다고 한다. 의사에 따라서 처방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다른 하나는 NMN이다. 자세한 기전을 설명해 주었지만 좀 어려웠다. 저자의 아버지는 NMN을 복용 후 삶에 엄청난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다만, NMN의 효과는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는 않은 듯 보인다. NMN은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다.
20대였을 때는 노인들의 삶에 대한 집착을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장수에 그리 미련이 없다는 말을 서슴치 않게 하고 했고, 또래의 내 친구들도 그런 나의 의견에 동의하곤 했다. 그런데, 40대가 된 현재, 나의 1차 목표는 경제적 자유이고 2차 목표는 무병장수이며 3차 목표는 영생이다. 적어도 『노화의 종말』는 나의 2차 목표인 무병장수에 대한 목표를 지지해주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서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