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이젠 5 5600G, Arctic Alpine AM4 Passive로 무소음 PC 구현

팬이 하나도 없는 무소음 PC를 만들겠다는 숙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마침내 이루었다. 물론, 서버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미니 베어본이나 노트북 등을 그렇게 세팅해 놓은 경험은 몇 번 있었으나, 메인 데스크탑 PC로 이뤄낸 것은 처음이라 상당히 만족스럽다. 내 능력으로 이뤄낸 것도 아니고, 그저 세월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뤄낸 것인데 쓸데없이 뿌듯하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조합은 ASRock사의 ITX 폼팩터의 B450 보드에 AMD 라이젠 2200G CPU였다. 2019년 이 조합을 맞출 당시에 AMD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시기였고, 라이젠 2200G는 10만원도 채 안되는 가격을 내세우며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성능이 따라주질 않아서 2년여의 기간 동안 PC 작업시 다소간의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성능이 엄청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뭔가 빠릿빠릿하지 않다고나 할까. 내 생각에 클럭 스피드 같은 것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캐쉬가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심지어 작년 가을에 구입해서 잘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보다도 느린 느낌이라, 참다참다 마침내 CPU 업그레이드를 결정한 것이다.

어렵게 구한 AMD Ryzen 5 5600G
왜 국내 가격은 이렇게 비싼 것인가!

선택한 CPU는 세잔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AMD 라이젠5 5600G이다. AMD는 언젠가부터 GPU를 내장한 CPU에 인상주의 화가들의 이름을 붙여오고 있다. 국내 가격이 폭등한 이후 꽤 오랫동안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직구로 구했다. 7nm 공정으로 제작되었기에 무소음 PC를 구축하기에도 좋고, 기존부터 불만이었던 캐쉬도 넉넉하게 내장되어 있는 녀석이라 기대가 컸다. 집에 도착한 것은 며칠 전인데 주말에서야 이렇게 시간을 내본다.

Arctic Alpine AM4 Passive
역시 몇 달 전에 직구해서 구해 놓았었다. 스펙상 47W지만, 얌전히 쓰면 TDP 65W짜리 CPU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방열판이라고 해야 하나 팬 대신 CPU 열을 식혀줄 녀석으로 Arctic사의 Alpine AM4 Passive라는 제품을 꽤 오래 전에 구비해서 쟁여 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녀석을 꺼내어 장착해보게 된다. CPU를 바꾼다는 것은 결국 메인보드를 케이스에서 들어 내어 거의 새로 조립하는 수준의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하기 싫은데 피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일반적인 쿨러와는 좀 다른 설치 방법 때문에 잠시 애를 먹기도 하였다. 다행히 큰 이슈는 없이 설치되었다.

그나마 미니PC용 케이스 치고는 사이즈가 큰 녀석이라 설치에 무리는 없었다. 다른 수려하고 날렵한 미니PC 용 케이스에는 이 정도 높이의 쿨러나 방열판을 설치할 수 없다. 평소에 못생겨서 정이 안가는 케이스지만 마침내 이 녀석이 진가를 보여주었다.

조립을 마치고 전원을 켜는 순간 전원 버튼에 불은 들어 오는데 반응이 없어서 설치를 잘못했나 싶었는데, 잠시 후, 모니터에서 부팅하는 모습이 보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침내 팬이 전혀 없는 PC를 완성했다! CPU 변경 전에 바이오스 업데이트는 완료해 놓았고, 바이오스 설정에서 약간의 시간을 들여 세팅을 해주었다. 요즘은 fTPM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새 CPU를 인스톨 시키면 뭔가 소프트웨어 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있나보다. 이것을 하고 나니 윈도우에 설치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에서 다시 로그인라고 아우성이다.

이제 관건은 안전하게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아무래도 액티브 쿨링이 아니다보니 온도가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PC로 게임을 하지는 않고 사무용 또는 엔터테인먼트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어서 CPU의 성능을 최고로 끌어내는 일은 없고 앞으로도 높은 확률로 없을 것이다.

CPU 온도 체크 유틸을 켜놓고 테스트를 해보았다. 우선 idle 시에는 50도 안팍의 온도를 유지했고, 4k 영상을 두 시간 정도 시청하고 나서는 70도 초반까지 올라간 것을 확인햇다. 이 정도면 준수하다. HTS 여러 개를 켜놓고 백테스트를 한다거나 하는 작업들에서는 4k 영상 시청때보다 온도가 더 올라가지 않았고, 백테스트 속도도 상당히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당히 만족스럽다. 실내 온도는 23도 정도인데, 여름에도 과연 버텨줄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코딩/빌드 작업은 그다지 큰 부하를 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프로그램 로딩 속도나 평소에 시간이 좀 걸리던 작업은 체감적으로 30% 이상 빨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벤치마크 수치로 보면 이보다 월등한 성능 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기존 사용하던 2200G가 그리 훌륭한 CPU는 아니었으니... 많이 참았다. ㅋㅋㅋ

성능 뿐 아니라 업무 환경이 정말 쾌적해졌다. PC를 켜도 팬이 하나도 없으니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기존에도 slience mode로 놓고 사용하긴 했지만, 조용히 팬이 돌아가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다. 예전에 사용하던 시스템으로도 팬이 없는 쿨러를 CPU에 장착한 적이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파워서플라이 팬이 존재했었다. 지금은 아답터를 이용하여 전원을 공급받고 있어서 정말 팬이 없는 무소음 PC다.

다음 달에는 메모리를 업그레이드 해볼 예정이다. 이미 32GB를 장착하고 있지만, 64GB를 장착하고픈 욕망이 생겼다. 사실, 난 CPU보다는 메모리에 더 집착하는 편이라...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