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쌀국수 @땀땀

전국 베트남 쌀국수집들의 퀄리티도 상당히 상향 평준화되어 왠만한 곳에 가도 다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쌀국수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쌀국수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반가운 현상이다. 최근에 쌀국수 먹을 기회(?)가 없다가 오랜만에 땀땀이라는 쌀국수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오피스에서 점심 먹으러 가기엔 살짝 거리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못갈 거리도 아니라 좀 빠르게 걸어서 다녀왔다.

예전 영어 스터디 하러 자주 드나들었던 골목이지만 워낙에 자주 바뀌는 강남역 뒷골목은 매번 갈 때마다 풍경이 살짝 다르다. 지도앱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땀땀 앞에 이르렀더니 대기열이... 쌀국수집에서도 웨이팅을 해야 한단 말인가!

다행히 웨이팅은 그리 길지 않았고, 5분안에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아마도 혼자 와서인지 대기하고 있던 다른 그룹들보다 먼저 들어갈 수 있었던 것같다. 다만, 자리가 딱 혼자만 앉을 수 있는 구석진 곳이긴 했다.

자리 잡고 주문을 해야 하는데 딴생각하며 멀뚱멍뚱 있다가 기다리던 직원이 주문하겠냐고 하여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문한 것이 양지 쌀국수다. 머릿속에서는 차돌박이 쌀국수가 들어 있었는데 왜 말은 양지 쌀국수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땀땀의 양지쌀국수는 양지머리 고기를 편육 형태로 썰어서 푸짐하게 올려 준다. 겉으로 보면 고깃국인지 쌀국수인지 모를 정도다. 다만, 양지머리는 결대로 찢어서 먹어야 맛있는데 그 정도의 정성까지는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런 정성을 보인 곳은 예술의전당 인근 맛집으로 유명한 포프롬나드밖에 없었던 것같다. 실제로 양지머리 부위는 삶아도 좀 뻑뻑하긴 하다. 그래도 귀한 담백질이니 즐겁게 먹었다.

편육 양지머리를 맵지 않은 소스에 찍어 먹은 후, 쌀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쌀국수 또한 푸짐했고 맛도 괜찮았다. 국물 또한 구수하고 간이 잘 맛는다. 쌀국수 국물에 기대하는 맛이 난다. 다만, 고수맛이 별로 안나는 걸 보니 소량만 넣었거나 아예 넣지 않은 것같다. 난 고수를 꺼리지도 않고, 고수 안들어간 쌀국수도 잘 먹는 편이다. 아마 달라면 주지 않았을까 싶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스민차가 따뜻하지 않다. 그래도 음식 본연의 맛이 훌륭하고 양에도 야박함이 없으니 이 정도는 눈감아줄 만 하다.

다음 달 정도에 한 번 더 방문하여 이번에는 차돌박이 쌀국수를 먹어볼 예저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