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귀니 봉골레 @쿠촐로테라짜

다비나가 심이누나와 셋이 연말 모임을 갖자는 제안을 하여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던 쿠촐로테라짜를 선택해 보았다. 낯선 동네에서 컴컴한 밤에 찾으려니 쉽지 않더라. 겨우겨우 찾아서 들어갔다. 테라스에서 식사하는 매력이 핵심이지만, 겨울에는 테라스 식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니 매력이 반감되는 아쉬움이 있다.

Green Spinach Arancini

가장 먼저 먹었던 음식은 시금치 아란치니, 이제까지 내가 아란치니라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튀긴 음식이니 당연히 맛있긴 하다. 다만, 그냥 먹으면 느끼하기 때문에, 함께 나온 소스를 찍어 먹어야 느끼함을 완화시킬 수 있다.

Bruschetta With Tomatoes, Bazil And Ricotta

처음 먹어본 음식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브루스케타라는 음식도 처음이었다. 마늘빵 위에 토마토와 바질, 그리고 리코타 치즈를 올려 놓은 요리다. 아마도 비슷한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긴 한데, 이것이 브루스케타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먹었을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 사용한 재료가 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 이 역시 맛있게 먹었다.

Vongole Linguine

그리고, 내가 선택한 봉골레 링귀니, 위 두 요리 보다는 익숙한 메뉴이고, 그래서인지 선택한 메뉴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난 다소 두꺼운 면을 선호하는 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링귀니는 납작한 모양으로 칼국수같은 느낌인데, 그래서 좀 더 보편적이라 할 수 있는 스파게티 보다는 조금 더 식감이 느껴지는 편이고, 그래서 스파게티면 보다 마음에 든다.

Butter Chicken

마지막으로 나온 버터 치킨은 정말 놀라울 정도의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해 주었다. 닭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나 싶을 정도의 특이한 식감이었다. 아마도 수비드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버터의 위력인가 싶기도 했다. 자르는 과정에서 껍질이 속살과 너무 쉽게 분리되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쿠촐로테라짜의 요리는 맛이라는 측면에서 흠잡을 곳이 별로 없었다. 문제는 비싸고 양이 적다는 것이었다. 그냥 비싼 것이 아니고 엄청 비싸며, 그냥 적은 것이 아니라 엄청 적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와인바라고 분류해야 되지 싶다. 즉, 우리가 먹은 것은 저녁 식사가 아니라 안주였다고나 할까.

봄이나 가을에 테라스 식사를 만끽하러 다시 방문을 해보고 싶긴 한데, 위와 같은 이유로 다시 발걸음을 하기에는 많이 부담스럽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