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5년, 세후 55억』 성현우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의사나 치과의사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개미 5년, 세후 55억』의 저자인 성현우님은 주식투자로 성공한 의사라고 짧게 소개하기엔 꽤나 다채로운 이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소아과의사로 전직을 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로 성공을 논하기 이전에 이러한 이력 자체가 매우 존경스럽다. 일단 매우 똑똑한 분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저자의 주식투자 방식은 스윙트레이딩으로 보이며 실제로 책 소개에도 직업을 소아과의사라고 적지 않고 스윙트레이더라고 기재해 놓았다. 비교적 긴 호흡을 갖고 주식투자에 임한다는 뜻이고, 그것을 원칙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윙트레이딩도 짧게는 하루이틀, 길게는 6개월이상의 시간을 보유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후자에 가까운 편인 듯하다.

여기까지는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이 분의 스타일 중 가장 특이한 점은 현금 보유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 주라도 더 사기 위해서 은행 계좌에 딱 쓸 돈만 남겨 놓는다고 할 정도로 현금 보유 자체를 잘 안하는 편인 듯하다. 주식 투자/트레이딩을 하다보면 현금비중이 0%인 경우가 생기기는 하지만, 저자의 스타일은 투자 비율이 일상적으로 100%에 가깝다는 뜻이다. 심지어 미수를 쓰며 드라이브를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 공격성 하나만큼은 박수를 쳐줄 정도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한 두 종목만 거래한다는 점이다. 투자의 규모가 작을 때는 그게 효율적이라는 핑계로 그렇게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저자의 제목대로 투자 금액이 55억이라면, 그렇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10억대만 하더라도 한 두 종목만 거래한다는 것은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현금 100% 성향이라면 이 두 가지 특징이 한꺼번에 나타난다는 것인데,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저자가 제목대로 성공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이러한 투자 스타일이 성공하려면 정말 투자하는 한 종목 한 종목에 엄청난 수준의 분석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실패하는 것이 주식시장이니, 적절한 타이밍의 매수는 물론이고, 손절 또한 망설임이 있어서는 안되며,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도 어려우니 대형주 위주의 투자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약 조건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겪으며 모은 자산이라니...

자금관리 측면에서 저자의 방법이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저자가 주식투자로 50억이 넘는 부를 축적하는데 성공했다 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투자를 누군가에게 권유하는 것 조차 지양해야 한다. 저자가 이렇게 투자한 여러 명의 플레이어 중 성공한 극히 희박한 케이스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의 부제가 "가장이기에 투자에 진심인 어느 아빠의 주식투자 이야기"인데, 저자의 투자 스타일은 가족을 염두해 두지 않은 듯이 공격적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다. 난 차마 이러한 투자 스타일을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자금 관리 측면에서 이러한 스타일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지나가면 될 듯하다. 책장이 잘 넘어가는 편이지만 엄청난 지식을 전수해주지도 않는다. 한 가지 알게된 재미있는 사실은 동네 의원에서 개업한 의사는 한가한 시간에 주식투자를 하기에 매우 적합한 직업이라는 점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