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존 미어샤이머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미국의 대외 정책은 잘못되었으며,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언급하는 책이다. 원제도 『The Great Delusion』이다.

미국 정가에서 국제 정치를 다룰 때 기본적인 목표(?)는 자유민주주의를 널리 퍼뜨려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을 확대해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냉전시대였다면 그러한 방향성이 옳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인 존 미어샤이머는 냉전시대가 끝난 시점에서 이러한 정책이 옳은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듯하다.

자유주의 사상이 확립되지 않은 나라에 자유주의 사상을 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자유민주주의, 즉 인간의 기본권은 어떤 식으로든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사상은 당연하게 받아 들일 것 같지만, 국정 운영에 있어서 이러한 사상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지는 것은 민족주의다. 어떤 국가라도 이러한 민족주의 감정이 자유민주주의 보다 앞선다. 즉, 각 국가의 민족주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미국의 가치를 심으려고 하는 것은 꽤나 지난한 일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이미 우리는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경험한 바가 있다.

뒤집어 보면, 과연 미국은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자임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냥 미국만 잘 살면 되지 왜 다른 나라에게 굳이 원하지도 않는 미국의 가치를 심으려고 하는가라고 되묻는 것과 같다. 냉전시대의 작품이긴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가치를 가장 잘 이식받은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를 기꺼이 받아 들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도 많다.

저자의 입장과는 달리, 미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지금의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고만 생각되지는 않는다. 친미적인 정권을 세우려는 노력은 결과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현재에 이르는 세계적 지위를 갖게 된 주요한 원동력 중 하나이고, 미국 기업의 비지니스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다만, 굳이 원하지 않는 나라에 전쟁까지 불사하는 일만 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한가지, 미국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추측은 아마도 중국 때문이 아닐까?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이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중국보다는 더 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을 다 읽고 난 후에 든 생각은 미국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라기보다는 미국이 참 힘든 일을 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나라 저 나라 눈치보느라 정신없는 대한 민국 외교와 비교하면 세계 최강대국의 외교는 그저 쉬울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것을 실감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