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멀라이트 AXP90-X36, 사용기
메인 데스크탑으로 사용하고 있는 PC는 작년 가을에 기본 CPU 쿨러를 제거하고 Arctic Alpine AM4를 장착함으로써 완전한 패시브 쿨링 시스템을 구현해 놓았었다. 즉, PC에서 돌아가는 쿨러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로스트아크와 봄이었다.
봄이 되면서 날씨가 따뜻해지고 당연히 방안의 평균적인 온도도 올라갔다. 그렇다해도 패시브 시스템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코딩을 하거나 주식 HTS 프로그램 같은 것들은 CPU 사용을 극단으로 몰고가는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상 시청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
반면에 게임을 한다는 것은 좀 다른 문제다. 일반적으로 게임은 적극적으로 CPU 사용률을 높인다. 그래서 당연히 열이 많이 발생하고 패시브 쿨링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래도 겨울까지는 기특하게도 잘 버텨주었다. 5600G라는 CPU 자체가 그리 많은 열을 발생시키지 않았고, 패시브 쿨러인 Arctic Alpine AM4도 준수하게 버텨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이 되면서 잦은 다운 현상이 발생했고, 그 원인을 이미 짐작했던 난 다시 기본 쿨러로 돌아왔다.
그런데, 기본 쿨러의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그 전에는 그럭저럭 들어줄 만한 수준이었는데, 다시 장착된 기본 쿨러에서는 마치 옆옆옆옆집에서 공사하느라 드릴을 사용하는 듯한 소음이 났다. 아무래도 베어링 부분의 윤활유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의 선택은 윤활유를 사는 것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쿨러를 장만하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의견을 듣기도 하고 스팩을 비교하면서 선택한 것이 바로 써멀라이트 브랜드의 AXP90-X36 이었다.

써멀라이트 AXP90-X36를 장착 후 드릴같은 소음은 사라졌지만 바람소리가 꽤 크게 들려온다. 결국 바이오스에서 팬 모드를 커스텀으로 바꾸고 7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기 전까지는 최저 속도로 돌아가도록 세팅을 변경한 후에야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윈도우에서 확인해보면 최저 속도로 돌아가고 있는 상태는 아니긴 한데 1300 RPM 밑으로는 큰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꽤 정숙하다. 물론, 로스트아크를 할 때에는 2000 RPM이 훌쩍 넘는 속도로 팬이 돌아가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간단한 해결책이 있음에도 이전에 굳이 패시브 시스템에 도전했던 이유는 패시브 시스템에 대한 로망같은 것이 있기도 했거니와, 쿨러가 돌아가면서 PC 인근에 있는 먼지를 빨아들여 쿨러 밑 방열판에 먼지를 쌓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로스트아크를 접는 것인데, 그게 뭐라고 이렇게 안접고 쿨러를 바꾸는 대공사를 두 번이나 하게 되었다. 쿨러를 바꾸려면 케이스에서 메인보드를 분리해 내어 다시 장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새롭게 PC를 조립하는 수준에 준하는 노동력과 작업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온도를 얼마나 낮추냐에 초점을 맞춘 벤치마크 결과는 쉽게 접할 수 있으나, 소음을 얼마나 적게 유지하냐에 초점을 맞춘 벤치마크는 쉽게 찾을 수 없어서 장착 전에는 우려가 좀 있었다. 돈도 들고 시간도 들였지만, 전반적으로 소음이 적어서 AXP90-X36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상태이다. CPU가 그리 큰 발열수준을 보이지 않는다면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