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숫자 키패드 BT304 일주일 사용기
대부분의 기계식 키보드는 숫자 키패드가 없고,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게 된 이후, 숫자 키패드 없는 키보드에 대한 적응도는 상당 수준 올라간 편이다. 왠만한 상황에서는 그냥 키보드 알파벳 위에 위치한 숫자키들로 처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엄청 급박하게 숫자를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바로 데이트레이딩을 할 때이다.
완전한 자동화를 이뤄내지 못한 상태이기에 데이트레이딩 시에 손이 가야 하는 상황이고, 그럴 때 숫자를 빠르게 입력해야 하는데, 이럴 때 숫자 키패드가 없는 키보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숫자 키패드 없는 키보드를 사놓고, 따로 숫자 키패드만 있는 키보드를 구입하게 되었다.
좀 바보같은 일이긴 한데, 숫자 키패드가 없는 키보드를 사용하게 된 취지는 혹사되는 오른손의 이동 반경을 줄여주자는 취지였기에, 숫자 키패드를 메인 키보드 왼쪽에 위치시킴으로서 처음 취지인 오른손의 혹사 방지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이기도 하다.

숫자 키패드까지 기계식으로 들이기는 좀 뭐해서 그냥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인지도 있는 상품을 하나 골라서 구입해 보았다. 모델명은 BT304라고 씌여 있으나, 그냥 알리익스프레스에서 "numeric keypad"로 검색하는 것이 찾기 쉬울 것이다.
기계식 키보드 보다는 당연히 키감이 상쾌하지는 않지만, 딱히 나쁘지도 않다.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기 전에도 이미 펜타그라프 방식의 키보드를 사용하고 딱히 불만은 없었기에, 그리고 자주 사용하는 것도 아니기에 키감으로 불만을 표출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빠르게 숫자를 입력한다는 목적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AA 건전지 두 개를 전력원으로 사용하고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방식인데, 모든 무선 키보드가 그러하듯, 절전모드로 들어간 이후 깨어나는데 시간이 걸린다. 숫자 키패드 없이 숫자를 빠르게 입력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는 벗어났지만, 숫자 키패드가 절전모드에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대신 받게 된 셈이다.
블루투스 방식이 아니라 그냥 유선 연결방식으로 샀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것이 목적성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책상위에 전선이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더 강해서 당분간은 이렇게 사용해볼 생각이다.
한 가지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혼자 튀는 검은색 이라는 점이다. 색깔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알록달록한 메인 키보드와 디자인 측면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마우스도 메인키보드와 어울리지 않아서 약간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 어울리지 않는 세 가지 입력 장치가 책상에 배치되어 있는 것 자체가 새로운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