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리처드 플로리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는 도시 내에서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도시의 위기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한 후, 이런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어판 제목 보다는 원제인 『The New Urban Crisis』가 내용과 좀 더 잘 어울린다.
책의 결론인 도시내 빈부의 격차를 어떻게 하면 줄일 것인가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정말 궁금했던 내용은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과정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 낙후된 곳이 부흥하게 되는 과정이 궁금했다. 미래에 내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을 경우 진입해야 할 시점, 즉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타이밍을 찾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과정은 처음 가난한 예술가들이 저렴한 공간을 찾아 들어 오고, 그들이 도시 환경을 힙하게 바꾸게 되면, 부자들이 이러한 변화에 열광하며 진입하여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가고, 이 올라간 가치를 견디지 못한 예술가들과 기존 주민들이 쫓겨나는 시나리오였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는 힙해진 지역에 부자들이 들어오는 과정을 조금 더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술가들에 의해서 힙해진 공간에 처음 발을 디디는 것은 젊은 독신 남성들이다. 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범죄율이 높아 안락한 공간이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젊은 독신 남자들은 높은 범죄율을 기꺼이 받아 들인다. 그 이후에 점차 범죄율이 낮아지며 살기 좋은 지역이 되면 그때서야 가족 단위의 중산층이 진입하게 되고, 그 이후에 부유층이 진입하게 된다.
역시 서울이라는 도시에 이러한 공식을 적용해 보고 싶어 진다. 다소 먼 과거로 돌아가보면 압구정로데오 지역이 그러했고, 이후 신촌이나 홍대가 그러했으며, 근래에는 성수동, 최근에는 을지로가 그러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어렴풋이나마 이해한 바에 따르면, 주거용 부동산과는 달리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유동인구에 엄청나게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유행이 어떻게 변화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이런 유행이 너무나 빨리 변하는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일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자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에 따르면, 도시의 흥망성쇠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은 메트로폴리탄 수준의 초밀집 지역에서 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려면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야 하며 해당 지역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정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도시 불평등에 대한 내용이 전면으로 등장해서 흥미를 급격히 잃어 버려 대충 읽었다. 한국 실정과는 다르게 인종간의 차이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을 하기에 공감이 잘 되지도 않는다.
그나마 흥미로운 점을 꼽자면, 도시에 사는 사람을 크게 세 개의 계급으로 나누는 분류였다. 노동자 계급, 서비스 계급, 그리고 창조 계급이 그 세 가지다. 일반적으로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로 나뉘던 것과는 조금 차별화된 접근법이다. 즉, 2차산업 종사자는 노동자 계급이고, 3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단순 서비스직종 종사자를 서비스 계급으로, 좀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계급을 창조 계급으로 다시 나눈 것이다. 이 분류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창조계급에 해당된다. 뭔가 우월한 계급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